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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광장 “아고라”에 모인 일상과 참여의 몸짓들
김희정의 두 번째 시집 아고라는 제목에서부터 우리에게 친숙함을 주고 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치고 “아고라”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에 그러하다. 요즘의 “아고라”는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을 두고 자유로운 토론과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는 대화의 공간인 것이다. 남녀노소, 계파나 입장의 차별없이 논객으로 활약할 수 있는 장의 대명사인 것이 “아고라”다. 그런 만큼 오늘날의 “아고라”는 사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줄 뿐만 아니라 사회의 에네르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고도 할 수 있다.
김희정이 시집 제목을 “아고라”로 내세운 까닭 역시 인터넷의 그러한 여러 특성을 십분 고려한 것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은가 한다. 우선 그가 인터넷 세대라는 점과 그가 지닌 사회에 대한 높은 관심과 참여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시편들에 드러나는 시인의 모습은 인터넷 세대로서의 개방적인 태도 및 사회를 보는 민주주의적 지향성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아고라”는 단순히 온라인상의 한 페이지가 아니라 자신과 일치하는 코드가 된다. 이 외에도 김희정은 “아고라”를 통해 삶의 다양성을 가감없이 담아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삭제되거나 검열되지 않는 관심의 다양성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함으로써 일상의 넉넉한 폭을 그려내고자 한 데서 그가 “아고라”를 제목으로 세웠던 이유의 일단을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시편들은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비판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의 시편들은 시인의 일상적 체험 영역들을 폭넓게 아우르면서 그를 통해 자아의 성찰적 면모들을 꾸밈없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일상들은 따뜻하고 섬세한 정서의 망에 걸러져 잔잔한 물결을 이룬다. 또한 그것은 일회적인 단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인에게서 반성적 시선을 끌어내기 위한 한 계기가 된다. 이로써 시인의 내면은 그 폭과 깊이를 점차적으로 더해간다 할 수 있다.
일상을 통해 성찰을 보이는 시편의 특성을 다양성과 개방성이라 한다면 비판성은 시인의 사회 참여의식에서 비롯되는 부분이다. 일상적 체험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는 시편들에 비해볼 때 사회 참여적 특징을 드러내는 시편들은 분명 시인의 또 다른 면모로서, 성찰적 특성과 달리 시인의 날카로운 통찰을 과시하고 있다. 시국에 관하여, 자본주의에 관하여, 문명에 관하여 예리한 비판의식을 보이는 모습은 시인에게 비판성이 주된 특징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다양성과 개방성, 비판성을 지니고 있는 시인의 시선은 일상성과 사회성이라는 양 부면으로 그 모습들을 예각화 혹은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인은 이들을 어느 것 하나 소홀함 없이 모두 끌어안아 “아고라”라는 광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책 속에서>
아내를 만지고
시詩를 쓰고
처자식을 먹여 살리는 손
그 손에도 독毒이 살고 있다
포근한 손을 닮고 싶었는데
자꾸 거칠어진다
너를 만져주지 않아
손에 그늘이 생긴 걸까
오른손과 왼손 번갈아 겹쳐본다
언제부터 이렇게 차가웠을까
- 「손」전문
<추천글>
도심에 살지만 그는 꼼짝없는 자연의 사람이다. 시인들이 대개 그렇지만 그는 자신이 두고온 곳을 오래 응시한다. 그래서 그의 시에는 먼 길을 줄창 걸어 온 자의 아픔이 배어난다. 또 그것에 관해 말하는 방식마저 영락없이 빌딩숲으로 잘못 날아 든 뻐꾸기 울음소리다. 당신이 공원 벤치나 놀이터 그늘에 앉았을 때 불현듯 사방을 한참 두리번대게 하는 바로 그 간절한 호명. 사실 시에서의 간절함이란 읽는 자의 몫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 묻는 일도 가능하겠다. 당신의 오늘과 내일은 여전히 평안하신가. 이 시집에는 그런 물음들이 도심 속 뻐꾸기 울음처럼 투명하게 고여 있다.
이면우(시인)
그의 시편들은 다양성과 개방성, 그리고 비판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시인의 일상적 체험 영역들을 폭넓게 아우르면서 그를 통해 자아의 성찰적 면모들을 꾸밈없고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의 일상들은 따뜻하고 섬세한 정서의 망에 걸러져 잔잔한 물결을 이룬다. 또한 그것은 일회적인 단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인에게서 반성적 시선을 끌어내기 위한 한 계기가 된다. 이로써 시인의 내면은 그 폭과 깊이를 점차적으로 더해간다 할 수 있다.
송기한(문학평론가·대전대 교수)
<시인 소개>
전남 무안에서 태어났다. 200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 2003년 《시와정신》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으로는 『백년이 지나도 소리는 여전하다』가 있으며 큰시 동인으로 활동중이다.
<시인의 말>
 아고라 폐인으로 살았다 그곳에서 이웃의 삶을 만났다 촛불도 만났고, 기륭전자도 만났고, 용산참사도 만났다 5월 23일 아침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만났다 내가 만난 사람들은 모두 아파보였다.
지금 이 땅은 척박하다, 메마르다, 낯설다 이런 말들이 언제부터 마음에 똬리를 틀고 있었을까 기억이 없다, 아니 하고 싶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비겁하다고 자꾸 누가 말을 건다 눈도 돌렸다, 귀도 막았다, 그런데 자꾸 들린다.
버릴 수 있으면 버리고 싶다, 詩든 뭐든 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잡아 올린 生들이 죽어있다, 거짓으로 그물질을 했나보다 썩은 냄새가 내 몸에서 진동한다.
이천구년오월이십구일어느늦은봄날밤에
김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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