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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제20회
나 무
이 지 엽
나무는 스스로 길을 낸다
뿌리는 땅속으로
이파리는 하늘 가운데로
없는 길을 저 혼자 만들어 간다
나무는 스스로 한 채의 집이다
온갖 새들과 매미와 벌레들이
오손도손 세들어 산다
여름이면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이면 햇살을 한껏 받아들인다
나무는 그리움을 혼자서 견딘다
더운 가슴 땅에 묻으며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선다
낮에는 바람에 산들거리며 춤을 추지만
밤에는 외로움에 살갗이 튼다
제 살을 찢고서 뽑아내는 새순을 보아라
저 질기고도 장엄한 나무의 사랑을 보아라
나무가 서로 만나 숲을 이룰 때
나무는 길을 지우고 하나가 된다
산을 이루고 마을을 이룬다
기둥이 되고 음악이 된다
아아 나무가 곧 사람이다
우듬지 아스라이 드디어는 하늘이 되는 나무여
이지엽(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1958년 전남 해남 출생. 1982년 [한국문학 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다섯계단의 어둠] [샤갈의 마을] [씨앗의 힘] 등이 있음.
현 광주여대 문예창작과 교수.
처음 올린 날: 2001년 10월 29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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