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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얹혀살던 곳을 떠나야 해서 방을 구하는 중이었다. 유명한 인터넷 직거래 카페를 들락거리며 이런저런 방들을 수소문했다. 방을 구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본 분들이라면 다들 느끼는 것이겠지만, 방이 마음에 들면 월세가 턱없이 높고 월세가 적당하면 방이 볼품없게 마련이다. 그렇게 시간만 보내는 듯했는데 문득 가슴 한구석이 허해졌다. 어느 인터넷 신문에서 ‘집 가진 죄인’ 운운하는 기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기사는 새로운 수사를 사용했는데 이를테면 ‘집 없는 설움도 옛말’ ‘집 없는 행복을 실감하는 세상’ 등등이 그러하다.
그 카페가 유명해진 이유는 직거래여서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고 바쁜 사람들을 위해 세입자들이 직접 방 내부 사진을 올려놓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본의 아니게 타인의 삶의 일부를 엿보게 되었다. 내가 엿본 타인의 삶은 대개 고즈넉하지도 평안하지도 않았다(물론 나는 월세와 전세 가격이 눈에 띄게 높은 게시물은 클릭하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스산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게시자들은 대부분 대학생이거나 젊은 직장인이었다)이 여전히 그런 방에서 사는 거다.
나도 그렇다. 각 잡힌 방에서 한 번 자보는 게 소원이었고(벽과 바닥이 울퉁불퉁하거나 사다리꼴인 방들을 전전했던 탓이다) 반지하나 옥탑이 아닌 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물론 타관살이 십오륙년인지라 소원이던 방과 비슷한 곳들을 몇 번 거쳐 오기는 했다. 얼마 되지도 않는 보증금 환불을 미루는 주인 때문에 서른이 넘은 사내가 울기도 했다. 누군가 내가 살던 방을 보러왔을 때도 나와 비슷한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오늘 하루도 수천 수만의 스산한 방들이 단지 세입자만 바뀌었을 뿐이다. 비슷한 삶이 거래되고 교환되며 방들은 젊음을 집어삼킨다. 집 없는 행복을 실감하는 세상이 궁금하다.
<2010. 0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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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