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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라 일컫는 공자의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무척 목이 말랐던 공자는 도천이라는 이름의 샘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러나 공자는 샘에서 물을 떠 마시지 않았다. 도적을 뜻하는 샘의 이름이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공자는 아무리 목이 말라도 도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샘의 물은 마시지 않겠다고 했으며 그대로 실천했다. 얼마 전 작가들이 나랏돈을 거절하는 것과 동시에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펼치겠노라 선언했다. 자유실천문인협의회로 시작하여 민족문학작가회의를 거쳐 한국작가회의로 오늘을 이어가는 대표적인 진보문인단체 회원들의 성명서 내용이 그러했다. 몇 푼의 돈으로 매문할 수 있다는 생각을 여태껏 지닌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새삼 놀랍지는 않다. 실제로 매문하는 이들이 있다 보니 그이들도 만만하게 보였던 것이리라. 어차피 나랏돈이라는 것도 국민의 세금이니, 누가 주든 무슨 조건을 달든 잘 받아서 좋은 글 쓰고 작가들의 활동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게 좋은 거 아니냐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게다. 그러나 공자의 일화를 떠올려보자. 그 샘물이 도적질한 샘물도 아닐 터이며 도둑이 지키고 앉아 소유권을 주장하는 샘물도 아닐 터이다. 그 샘물을 마신다고 해서 도적이 되는 것도 아니며 그런 행위가 도적질을 뜻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실을 공자라고 몰랐을까. 그런데 오늘날의 도적질이란, 공자가 살던 시대보다 은밀하다. 입성이 허름한 도둑보다 잘 살고 반듯한 도둑이 더 많다. 뒷주머니에서 슬쩍하는 도둑보다 드러내놓고 대담하고도 거창하게 도둑질하는 자들이 더 많다. 그래서 더욱 은밀하다. 도둑이 뻔해 보이는데 무척이나 뻔뻔해서 도둑이라고 손가락질할 자신이 없게끔 하니 말이다. 작가들은 현명하게도 돈을 받지 않은 것뿐이다. 혹시 도둑인지도 모르니까.
<2010. 03.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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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in 미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