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다시 백두산에서' 시로 이별한 남북

민족작가대회 닷새 행사 마치고 폐막
대회 최고령 남쪽 이기형 시인 월북시인 오영재씨와 눈물바람
소설 '황진이' 북작가 홍석중씨 "통일되는 날 백두산올라 만세…"

백두산=공동취재단 박해현기자
입력 : 2005.07.24 21:16 39'

23일 오전 5시 백두산 장군봉 아래 개활지에 남과 북, 해외 문인 등 150여 명이 모였다.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의 나흘째 행사인 ‘통일문학의 새벽’이다. 북쪽 시인 리호근 씨와 남쪽 소설가 은희경 씨가 공동 사회자로 나섰다. 남쪽에서 고은 신경림 백낙청 황석영 씨 등 100여 명, 북쪽에서 홍석중 오영재 남대현 김병훈 씨 등 20여 명과 미국 동포작가 이언호 씨와 일본의 김학렬 김정수 씨 등이 참가했다.

행사는 김형수 민족문학작가회의 사무총장과 장혜명 조선작가동맹 부위원장이 지난 20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의 본대회에서 채택한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문을 열었다. 이어 고은 시인이 지난 밤 백두산 삼지연 베개봉 호텔에서 쓴 시 ‘다시 백두산에서’를 낭독했다.

“1백년 전 하나였던 것/ 1백50년 전 하나였던 것/ 아니 3백년 전/ 어느 먹밤 터무니에도/ 오로지 하나였던 것// 1백년 후/ 어찌 하나 아니겠느냐는 것/…”

이어 소설 ‘황진이’의 북쪽 작가 홍석중 씨가 마이크 앞에 섰다.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하늘을 이긴다. 우리는 6·15 공동선언으로 모아졌다. 조국 통일이 이루어지는 날 백두산에 올라 조국통일만세라는 말을 다시 외칠 것이다.”

다음 차례는 미국에서 온 동포 문인 이언호 씨, 북쪽 시인 박세옥 씨와 남쪽 소설가 송기숙 씨, 일본에서 온 동포 평론가 김학렬 씨, 그리고 북쪽의 젊은 여성 시인 박경심 씨와 남쪽 시인 안도현 씨, 북쪽 소설가 남대현 씨와 남쪽 소설가 현기영 씨가 나와 각자의 시를 읽거나 소감을 밝혔다.

소설 ‘빨치산의 딸’의 남측 작가 정지아 씨가 고 김남주 시인의 시 ‘조국은 하나다’를 낭독한 다음에는 북쪽 시인 오영재 씨가 나와 자신의 시 ‘잡은 손 더 굳게 잡읍시다’를 낭송했다. 조선작가동맹 김병훈 위원장의 연설로 행사를 마감한 참가자들은 “백두산 만세” “민족문학 만세” “조국통일 만세”를 외치며 산회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 중 최고령자인 남쪽의 이기형(89) 시인은 월북 시인 오영재 씨와 부둥켜 안고 눈물바람을 해 눈길을 끌었다. 천지에 도착하면서부터 울음을 보인 이씨는 오씨를 만나자 “어머니를 북에 두고 내려온 나와 어머니를 남에 두고 올라온 당신은 같은 처지”라며 끌어안았고, 이에 오씨 역시 눈물로 답했다.
이에 앞서 대회 참석 문인은 지난 20일 평양에서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구성했다. 또 이 단체를 통해 남북 문학인을 대상으로 ‘6·15 통일문학상’을 시상하며, 문예지 ‘통일문학(가칭)’을 발행하기로 했다.

남북 문인들은 이러한 내용을 공동선언문 5개항에 넣어 채택했다. 첫째, 우리 민족작가들은 6·15 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유일한 이정표로 삼는다, 둘째, ‘우리 민족끼리’의 기치 아래 민족자주, 반전평화, 통일애국의 정신으로 문학 창작에 매진한다, 셋째, 사상과 신앙, 출신 지역과 입장을 넘어 굳게 단합하여 민족문학 활동에서 연대와 연합을 활성화한다 등이다. 넷째, 다섯째 항은 협회, 상, 문예지에 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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