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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서 동터오는 해 보며 분단 아픔 녹였다
[국민일보 2005-07-24 18:21]
23일 새벽 5시,백두산 장군봉에서 만난 남북 문인들. 어둡고 긴 분단의 아픔은 그들의 만남의 함성에 금세 녹아내렸다.
남북 문인들은 이날 백두산에서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남북작가대회) 나흘째 행사인 ‘통일문학의 새벽’을 갖고 남북의 하나됨을 기렸다. 고은 시인이 이 자리에서 ‘다시 백두산에서’를 열정적으로 낭독하는 동안 남북 문인들은 숙연함 속에 동터오는 해를 응시했다. 이어 소설 ‘황진이’의 북쪽 작가 홍석중씨가 “우리는 6·15 공동선언으로 모아졌다”며 통일 의지를 밝히자 미국의 동포문인 이언호씨는 “백두산이여,한라산이여,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했다.
20일부터 25일까지 열린 남북작가대회는 당초 지난해 8월 열릴 예정이었으나 남북관계 경색으로 무기 연기됐다가 11개월 만에 열려 참가자들은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고려항공 전세기편으로 지난 21일 휴전선을 넘어 평양에 도착한 남측 대표단은 평양시내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고향집과 주체사상탑,쑥섬 통일전선탑,개선문,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을 둘러보았다. 소설가 황석영씨는 1948년 남북연석회의가 열렸던 것을 기념하려고 세운 쑥섬 통일전선탑을 돌아본 뒤 방명록에 “달 밝은 밤이면 삼천리가 한 마을”이라고 적기도 했다.
오후 평양 고려호텔 3층 소극장에서는 격의 없는 문인들의 만남이 이어졌다. 23일 새벽,백두산 천지에서 열린 ‘통일문학의 새벽’ 행사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한 예행연습 자리였다. 이들은 백두산 행사를 앞두고 시와 산문을 낭송하며 분단문학에서 통일문학으로 나아가는 민족문학의 미래를 함께 토론했다.
남쪽 참가자인 소설가 은희경씨와 북측 시인 이호근씨는 통일의 염원이 담긴 남북 작가들의 시와 산문 등을 소개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었다. 소설가 송기숙씨가 “황석영 문익환 임수경씨가 철조망을 뚫고 분단의 벽을 넓혀왔는데,우리는 어제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이렇게 있다”고 말하자 북측 오영재 시인은 “문학은 이미 통일된거다”고 외치기도 했다. 예행연습 내내 남북 문인들은 10년 지기들이 허리띠를 풀고 만나는 자리 같았고,선배가 후배의 등을 두드려주며,후배가 선배에게 존경과 예의를 표하는 술자리 같기도 했다.
백두산·평양·묘향산=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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