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2013년에도 문학나눔사업(현 세종도서 선정사업으로 통합)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기준을 제정하려 했으나 실패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내일신문 1월 21일자 19면 참조> 문체부는 2013년에 이미 시민단체의 반대로 제정 시도가 불발된 심사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2015년 세종도서 선정사업 문학분야 기준에 포함시킨 셈이다. 당시 사업을 주관한 시민단체 '책읽는사회문화재단'(책사회)은 해당 기준에 반발, 자체 기준을 제정해 심사를 진행했다.
문학나눔사업은 우수문학도서를 선정,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하는 사업으로 2008~2013년까지 운영됐다. 2013년 기준 39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책사회는 2001년 설립, 독서운동을 하는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기적의 도서관' 건립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내일신문이 입수한 '문학나눔-우수도서 보급사업'의 '도서선정 심의기준'에 따르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으로서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고려하여 우수 문학의 저변 확충에 적절한 작품"이라고 돼 있다. 이 문건은 문체부에서 작성, 2013년 1월 책사회에 제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책사회 관계자들은 해당 기준이 문학 작품을 심사하는 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논의 끝에 자체 기준을 제정해 적용했다.
책사회 관계자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에서 문학 작품을 그런 식으로 판단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봤다"면서 "이는 책사회의 방향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당시 실무자였던 A씨는 "특정 이념이 무엇인지 불명확하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문체부에 설명했다"면서 "실제 사업을 시행할 때는 (문체부가 제안한) 심사 기준을 바꾸었고 심사위원들도 변경한 기준대로 심사했다"고 말했다.
실제 책사회가 제정한 새 기준에는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이라는 문구는 언급되지 않는다. 책사회의 2013년 3월 '문학나눔-소외지역·계층 우수문학도서 보급사업'의 '우수문학도서 선정·보급 실행계획(안)'에 따르면 심의 기준은 "순수문학" "우수 문학의 저변 확충에 적절한 작품" "예술성과 수요자 관점을 종합 고려"라고 돼 있다. 책사회는 같은해 4월 문학나눔 홈페이지에 같은 기준을 공지했다.
이와 관련 당시 해당 기준을 제안했던 문체부 관계자는 "항상 이런 사업에는 그런(이념 편향) 우려가 있으며 선정 도서 중 아동청소년 도서의 종수가 많았기 때문에 해당 기준을 만들었다"면서 "그러나 (여러 문제로) 적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학나눔사업을 폐지한 후 문체부는 2014년부터 세종도서 선정사업에 문학 분야를 확대해 우수도서를 선정하고 있다. 2013년에 시민단체가 주관한 것과 달리 2014년부터는 문체부 산하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관한다.
한편 세종도서 선정사업에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순수문학' 기준이 포함된 것과 관련, 문학계·출판계의 해당 기준 삭제 요구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는 이르면 다음주에 성명서를 발표하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 정우영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한국출판인회의 출판사들을 중심으로 연대를 요청했다"면서 "이념 공방에 도서 지원사업이 변질될 우려가 있는 만큼 해당 기준은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소장은 "우리 문학작품을 제대로 펴내는 출판사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인데 정부에서 '지원사업'이라고 하면서 이런 식으로 하나"면서 "좌파 문학이라며 종북몰이를 할 셈인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체부 관계자는 "문학·출판계의 우려를 알고 있다"면서도 "이념 편향적 도서 콘텐츠를 지양하고자 하는 것은 보편성·공익성 차원에서 최소한의 장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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