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분쟁이 아니라 학살이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과 침공을 규탄한다
이스라엘이 또 다시 가자지구를 침공했다. 7월 8일 첫 공습 이후 열흘이 갓 지난 7월 21일 현재 팔레스타인 측 사망자는 500명을 넘어섰다.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 안으로 진격을 개시한 21일 하루에만도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벤야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의 거점을 타격하는 것이 공습의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정당성을 따지는 것조차 이미 무의미하다. 희생자 대부분이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들이기 때문이다.
사이렌을 울릴 테니 미리 피하라고? 이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사방이 봉쇄된 점령지 가자에서는 더 이상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다. 따라서 이를 전쟁 또는 무력 충돌로 불러서도 안 된다. 이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이며 어떤 명분으로도 가릴 수 없는 침공 학살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된 이스라엘 청소년 살해의 배후에 하마스가 있다는 증거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극우주의자들은 아무 잘못도 없는 팔레스타인 청소년을 납치하여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에 하마스가 반발하자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 가자 지구에 대해 무차별적 공습을 펼쳤고, 그것도 모자라 지상군까지 투입해서 연일 대규모 살상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일부 강대국들의 노골적인 혹은 암묵적인 동의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미국은 가자 지구 주민들이 정당한 선거를 통해 선출한 하마스를 처음부터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하마스가 다른 정치세력 파타와 함께 구성한 팔레스타인의 통합정부 역시 무시했다. 미국의 이와 같은 태도는 철저히 이스라엘의 입장만을 옹호하는 것으로서, 많은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각에서는 양측의 휴전을 통한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화와 협상은 피해와 가해의 인과를 밝히고 시비를 따져 재발을 방지하려는 합리적 토대 위에서만 의미를 지닌다. 힘의 우열이 극명한 곳에서 어설픈 양비론만 앞세워 일방적 공격의 죄과를 묻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의 불행한 역사는 반복될 뿐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홀로코스트의 희생자로서 이스라엘은 국가 수립 이후 줄기차게 견지해온 ‘힘의 정의’를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역내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인류가 애써 기대고자 하는 역사적 정의에 대한 모욕이기 때문이다.
이미 2004년 제1회 아시아청년작가워크숍 이후 팔레스타인의 작가들과 더불어 문학을 통한 평화로운 상상력의 연대를 추구해 온 우리는 오늘 새삼 그때를 돌이킨다. 그때 우리는 아시아의 그릇된 운명을 거부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때 우리는 우리가 전쟁을 겪었기 때문에 전쟁을, 폭력에 시달렸기 때문에 폭력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때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 우리는 다시금 큰 목소리로 외친다. 이스라엘은 학살을 멈추고 가자 지구에서 당장 철수하라고. 그리하여 인류의 이름을 더 이상 부끄럽게 하지 말라고.
2014년 7월 22일
한국작가회의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