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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응모해 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당선자
- 시 부문 : 정진혁 「반닫이」 외
- 소설 부문 : 당선자 없음
■ 시 부문 심사평
일백여 명에 가까운 응모자 가운데 본심에 올려놓은 임혜진, 정진혁, 권지현, 하얀, 고민교, 서로, 임태경, 전은영, 황인산, 최정하, 이설야, 김나래의 시들은 기성 시단과 다른 나름대로의 개성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를 테면 서로의 <신상명세서>, 임태경의 <현대인의 생활백서>, 하얀의 <메어리 포핀즈의 초대>, 임혜진의 <머리카락이 길 때쯤엔> 등은 읽기의 재미와 신선함을 주었다. 그 가운데 임혜진의 시들은 전편이 고른 수준이라는 인상을 주어 한참동안 관심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들 시의 문장들이 어쩐지 생활 경험과 충분히 손잡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 당선의 대상에서 먼저 내려놓았다. 황인산의 작품들은 생활 경험과 감정을 시원시원하게 진술하는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여운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작품들이다. 마지막에 남은 정진혁의 시들은 폭넓은 제재로 화자의 현장을 잘 붙잡고 있었다. 또 모든 시편을 긴 호흡으로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었다. 정진혁의 시에 등장하는 인물과 제재는 “방 하나가 전부인 집”이며, “전봇대에 붙은 구인광고”이고, 수도배관과 치과의 신경치료를 하면서 얻은 삶의 은유이다. <반닫이>에서는 도시 산동네로 와서 사는 바닷가의 인물이 반닫이 문을 열면서 바다로 향하는 상상과 기억의 진술이 자연스럽다. 남편을 일찍 여읜 인물의 갯벌 노동과 “조갯국물 같은 진한 슬픔”과 “생의 비릿함”이 시 전체 어조와도 잘 어울린다. 몇 편에 보이는 이런 시의 진술과 구성 능력을 높이 사서 당선작으로 뽑았다.
- 심사위원 : 공광규(글), 김선태, 고영
■ 소설 부문 심사평
심사가 끝난 뒤 "당선작 없음"을 전하고 나오는 데 기분이 묘했다. 당선작이 없을 때도 심사위원끼리 치열한 논쟁 끝에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하는 법이건만 이 번에는 재고의 여지 없이 결정되었다.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류선의 "성냥개비 탑"과 손수경의 "복제인간" 장마리의 "대설주의보" 김동환의 "진화로부터 남겨진 것" 이수경의 "박물관에 가다" 등이다. 김동환 씨는 매년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을 응모하는 분인데 이 작품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소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실패했다. 이 분은 소재가 안에서 숙성될 때까지 기다리는 지혜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다. 문단 나누기가 돋보이는 손수경, 서사에 끌려 끝까지 읽게 만드는 류선의 작품도 선뜻 뽑아들기엔 여러모로 미흡했다. 어떤 분은 무려 7편까지 응모하는 열의를 보였는데, 7편을 쓸 에너지를 한 편에 몽땅 쏟아부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이번 응모작들에서는 신인다운 그 어떤 열정도 패기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나른한 자기 독백, 애완견에 관한 별 재미도 없는 에피소드를 지루하게 늘어놓는 등, 전체적으로 너무 안이하다. 이 길은 쉽게 갈 수도, 쉽게 가지는 길도 아니다. 분투바란다.
- 심사위원 : 이현수(글), 노경실, 이명원
■ 시 부문 당선소감
아직도 아파트 화단에는 분꽃이 피어 있어요
어릴 적 따서 피리를 불었던 꽃
그 무늬 속에 내 어린 시절이 들어있어요
낮에는 활짝 피어 햇빛을 다 모으더니
저녁에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을 감고 있어요
이미 다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꽃 진 자리에 까만 씨가 하얀 분을 품고 있었지요
내 사랑이, 열정이 이미 다 떠났다고 생각했는데
단단하고 하얀 마음 가진 당신이
어느 결에 곁에 있어요
나 더 열심히 살게요
당신 안에서
시 쓰는 일이 누군가를 읽고 살피는 일, 시린 삶 속에서 따뜻한 체온을 건네는 일, 뭔가에 걸려있는 것들을 풀어내는 일이 되었으면 합니다. 지금은 두려움일지도 모를 이 두근거림이 꽃으로 피어나길 기다립니다. 문학모임도 시창작 교실도 모두 멀기만 해서 늘 혼자인 글쓰기 갈꽃처럼 외로웠습니다. 언제나 따뜻하게 나를 키우는 햇살에게 감사합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역할을 다 하지 못해 늘 미안한 아내와 두 딸에게 고마움 표합니다. 부족한 시를 넉넉하게 읽어주고 세상으로 밀어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내 시에 힘을 준 고광식 형과 언제나 나를 묵묵히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뭔가에 걸려 삶은 골똘한 것
걸려 버둥대던 시간들이 조금씩 문장을 붙잡는 날들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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