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10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제4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수상자를 아래와 같이 발표합니다.
그 동안 《제4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에 많은 관심과 참여로 애정을 보내주신 학생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수상자에게는 축하를, 작품을 보내주신 참가자에게는 격려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 제4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수상자 명단

￭ 중등부 운문부문
장원박정균(반포중학교 3학년)등대지기
우수유수미(산본중학교 3학년)현해탄 월진(月震)
우수유정호(대청중학교 3학년)잠자리

￭ 중등부 산문부분
장원민주혜(봉우중학교 3학년)꽈배기 빵
우수김휘은(방이중학교 3학년)감옥이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내 꿈
우수김수연(남원중학교 3학년)아빠와 바다

￭ 고등부 운문부분
장원장은희(안양예술고등학교 2학년) 오징어 굽기
우수김병주(과천중앙고등학교 3학년) 백열등
우수이설하(문학정보고등학교 3학년)바다가 삼킨 손
장려황효진(대연고등학교 2학년)진파(津波)
장려유명진(산본고등학교 3학년)배웅
장려유진(풍암고등학교 3학년) 자작나무 숲길로 가고 싶다

￭ 고등부 산문부분(단편소설)
장원염윤아(대원여자고등학교 3학년) 꿈의 나라 한국… 그리고…
우수김새봄(장안제일고등학교 2학년)애완용 거북이
우수오주영(안양예술고등학교 2학년)삼십팔만 구천 원
장려김재현(달성고등학교 1학년)레테의 강변
장려김민지(불곡고등학교 2학년)도플갱어
장려김나리(백양고등학교 2학년)꿈이 이루어지는 집


■ 응모결과
<중등부 127명> 산문 :59명(59편)운문 :68명(218편)
<고등부 618명> 단편소설 : 247명(254편)운문 : 371명(1,312편)


■ 심사평

심사위원 : 심상대(소설), 김지우(소설), 이명랑(소설), 문태준(시), 강신애(시), 신용목(시), 김경주(시)

<중등부 운문부문>
본선에 올라온 68명의 중등부 응모시편들을 보면서 다채로운 청소년들의 감성을 엿볼 수 있었 다. 평범한 일상을 예사롭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독특한 상상을 펼쳐놓는 시편들에서 시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고 치기어린 관념의 싯구들 속에 미래 시인의 싹이 수줍은 듯 뾰죽 솟아 있는 것을 확인하는 즐거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시의 형식미를 얻지 못하고 단순히 산문을 행갈이하는 수준에 그치거나 교과서에서 배운 시를 별 고민 없이 흉내내거나 문맥이 닿지 않는 작품 또한 적지 않았다. 앞으로 응모하고자 하는 어린 시인들은 자신의 생각을 선명하고 새롭게 드러내기 위해 스스로를 점검하는 수련을 아끼지 말기를 거듭 당부한다.
유정호는 「잠자리」에서 망처럼 펼쳐진 잠자리 날개의 아름다움을 /'/볕좋은 날이면/그물을 펼쳐 햇살을 낚는/'/ 것으로 /'/조금만 더 낚으면/화상을 입을 것 같았지만/그의 낚시질이 너무 아름다워서/ 차마/그만두라는 말을 못하였다/'/는 매우 신선한 발상을 보여주었다. 이런 독특한 발상은 「웅크리고 자는 개」에서도 엿보이지만 그 외 다른 시편들은 평이한 수준에 머문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유수미는 「현해탄 월진」에서 식민지 시절 탄광 등에 막노동으로 팔려갔던 우리 가난하고 힘없는 청년들의 한스러운 눈물을 두 개의 휘정이는 달로, 그 암울한 달이 /'/회색구름에 턱 하고 부딪혀 진동한다‘는 탄력적인 싯구로 표현했다. 몸으로 울림을 전하는 이러한 솜씨와 동봉한 다른 시편들의 고른 수준에서 눈에 띄는 재능과 가능성을 엿보았다.
박정균은 유장하고 활달한 기량이 돋보였다. 그것은 ‘......이 못된 바다를 질책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그들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르는 이무기를 닮았다.’(「등대지기」)에서 ‘......태양은/거리 곳곳의 화려한 네온사인에 가려진 채/돌아오지 못할 철교를 지나 저물어간다’(「가랑비 오는 날」)같은 싯구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시는 열정이다. 박정균의 시에서 필자는 중학생 같지 않은 거친 듯하면서도 성숙한 열정을 느꼈다. 하여 그를 당선자의 맨 앞자리에 놓는데 별로 주저하지 않았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삶 속에 깊이 들어가는 것이리라. 자신과 주변의 삶을 뜨거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 그리고 깊이 사랑하는 것, 그리하여 매번 푸르게 감동하는 것임을 미래의 시인들에게 다시 한번 전하고 싶다.


<중등부 산문부문>
중학생들이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와 댄스그룹 ‘동방신기’에만 집착하리라 지레 짐작했던 건 착각에 지나지 않았다. 푸른작가문학상 중등부 산문 응모작 59편을 읽으며 심사위원들은 일찍 발원한 그들의 문학적 정열에 놀라워했다. 아직은 덜 여물었지만, 나름의 시각으로 인간과 세상을 읽어낸 문학소년-소녀들의 재기발랄함과 의젓함. 이는 인터넷과 디지털이 점령한 21세기에도 ‘문학’이 지닌 힘은 여전할 것이라는 신념을 굳혀주었다.
응모된 작품들 중 그 시각과 표현의 예사롭지 않음으로 우리들의 눈길을 잡아챈 몇 작품이 있었으니 아이답지 않은 차분한 어법으로 더불어 사는 삶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낸 민주혜의 「꽈배기 빵」, 꿈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가며 성장의 아픔과 기쁨을 맛보는 자신을 담담하게 그려낸 김휘은의 「감옥이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던 내 꿈」, 가난한 아버지를 따뜻하게 끌어안는 어른스러움을 보여준 김수연의「아빠와 바다」, 십대의 시각에서 씌어진 환경동화 서지윤의 「야광새」,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엔 아무런 경계가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명제를 새삼 깨닫게 하는 박은령의 「푸른안개」, 그리고, 신기쁨의 「개구리의 우물」등이었다.
언급됨 모든 작품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좋은 글들이었다. 그런 이유로 심사위원들은 오랜 시간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의 결과 「꽈배기빵」을 장원에, 「감옥이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던 내 꿈」과 「아빠와 바다」를 우수작으로 뽑는다. 이들에게는 축하를, 아쉽게 고배를 마신 이들에게는 격려를 전한다. ‘움츠렸던 개구리가 멀리 뛴다’는 말에 담긴 뜻을 잊지 않기를.


<고등부 운문부문>
청소년들의 문학적 소양에 대한 기우는 일정하게 자가번식을 했던 것 같다. 전국적으로 371명의 고등학생들이 보내온 1천3백여 편의 작품들을 넘기는 일은, 디지털 시대에도 문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신선한 열의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대체로 익숙한 서정을 답습하는 작품들이나 사소한 일상의 감상을 과대확장시키려는 치기에는 후하지 않았다. 또한 운문이 지닌 고유한 특질에 대한 이해 없이 산문에 행갈이를 가한 듯한 작품도 본심에서 배제했다. 그들의 의욕이 시를 향한 탐구로 좀더 가열되기를 희망하는 까닭이었다.
장은희의 「오징어 굽기」는 최고점을 얻기에 충분했다. ‘오징어’라는 대상을 통해 고단했던 삶이 최후까지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처연한 비의를 담아내는 솜씨가 남달랐다. 특히 시를 끌고 나가는 힘이 응모한 전편에서 느껴졌다. 다만, 앞으로 그 능란함이 과용될까 염려도 있었다.
표현이 다소 거칠었지만 김병주의 「백열등」은 ‘아파트’를 ‘바다’로 ‘백열등’을 ‘물고기’로 치환해내는 탁월한 시적 상상력과, 거기에 머물지 않는 자기 성찰의 면모에 높은 점수를 주었으며, 이설하의 「바다가 삼킨 손」은 ‘어머니의 손’에 있는 ‘파도’의 무늬를 통해 한 여인이 지고 온 생애의 굴곡을 현재적으로 환유해낸 점, 조금은 직접적이긴 하나 청소년다운 서정과 각성을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황효진의 「津波」는 ‘쓰나미’라는 시사적 질료를 동시대인의 아픔으로 함께 안아냄으로써, 화자의 목소리가 다소 격양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었으며, 유명진의 「배웅」은 하나의 상을 뚜렷하게 잡아내지 못한 단점이 있으나 단정한 문장을 통해 정황을 묘파해가려는 시적 사유에 가능성이 보였다.
문학을 하는 이에게 특장은 일순간 단점으로, 또 단점은 장점으로 변할 수 있다. 불가피하게 서열을 적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상 여부를 떠나 응모한 청소년들의 시적 자질은 희망 속에서 미래를 기다릴 수 있게 만들었다. 이들이 우리 문단과 세상이 가진 진실의 허기 앞에 새로운 상상력의 영양을 제공하는 시인들로 자라기를 바란다.


<고등부 산문(단편소설) 부문>
제4회 푸른문학상 고등부 단편소설부문에는 247명이 응모했고 총 응모편수는 254편이었다. 이번 심사는 예심과 본심을 나누지 않고 네 명의 심사위원들이 각자 올린 총 12편의 작품(1. 꿈의 나라 한국, 그리고 2. 애완용 거북이 3. 삼십 팔만 구천원 4. 레테의 강변 5. 도플갱어 6. 꿈이 이루어지는 집 7. 가난 속 일상 8. 기상이변 9. 넥타이 10. 우이독경 11. 천생연분 12. 공벌레의 알)을 윤독한 뒤, 그중 다섯편을 본심에 올렸다.
「애완용 거북이」는 구성이 튼실하고 시작부터 결말까지 안정된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특히 소설을 단순구성으로 끌어가지 않고 애완용 거북이를 상징으로 하여 본 구성을 무리없이 잘 이끌어냈다. 거기에 비해 「삼십 팔만 구천원」은 문체가 발랄하고 소재 자체도 도발적이어서 읽히는 힘은 강한 반면에 뒷부분에 가서 구성의 흔들림이 있는 것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레테의 강변」은 사망 직전의 아버지로부터 심장을 이식받은 주인공이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르러가는 동안의 이야기를 시간적 병치를 통해 형상화하여 소설적 구성을 극대화하였다. 나이답지 않은 성숙한 시선으로 가족 간의 애정을 잘 드러낸 작품이다. 「도플갱어」는 심사위원 모두에게 낯선 소재의 글이다. 이 소설에는 인간과 그 인간의 부속물에 불과한 복제인간이 등장한다. 이 소설은, 짐승이나 사물로 취! 급되는 도플갱어들의 두려움과 공포를 통해 과연 인간이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라는 쉽지 않은 주제에 치열하게 답하고 있다. 「꿈의 나라 한국......, 그리고」는 문학도로서 세상의 다양한 부분들, 소외된 자, 어두운 곳으로까지 관심의 촉수를 뻗고 있다. 도밍고라는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삶의 궤적을 추적해 한국 사람의 관점으로 화해와 생의 낙관에 이르는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주었다. 이에 심사위원 네 명은 이 작품을 대상으로 뽑는데 전원 합의하였다.
대체적으로 응모된 작품 모두 안정된 문장을 지니고 있고 소재도 다양했다. 그러나 단편소설로서는 너무 단순한 구성의 작품들이 많았고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고뇌의 증폭이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재능과 열정을 갖춘 247명의 문학 청년들의 작품을 읽는 것은 선배된 작가들의 기쁨이었다. 문학의 위기가 이야기되고 있지만 아직 문학은 살아있음을 이번 푸른 문학상에서 증명되었다.




* 발표 후라도 수상작이 표절일 경우 입상을 취소합니다.
(당선작은 자료실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