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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인 나는 어린 시절 겨울만 되면 연을 날리곤 했다. 방패연은 웬만한 손재주로는 만들 수 없었다. 반면 가오리연은 내남없이 쉽게 만들 수 있었고 날리기도 쉬웠다. 살대가 균형이 맞지 않으면 뱅글뱅글 돌다 곤두박질치기 십상인데, 그런 단점을 메우기 위해 한없이 꼬리를 잇대곤 했다. 고양이가 꼬리로 균형을 잡듯, 물고기가 꼬리로 추진력을 얻듯 가오리연은 갈팡질팡하면서도 길게 늘어뜨린 꼬리 덕분에 하늘에 떠 있을 수 있었다. 연날리기는 즐거운 놀이였다. 그러니 연날리기가 일종의 정치적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나 있었겠는가.
놀이는 인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모르긴 몰라도 연날리기 역시 퍽 오랜 역사를 지녔으리라. 문헌에서 확인한 최초의 연날리기는 신라 선덕여왕 때라는데, 이것부터가 좀 미심쩍다. 불길한 별똥별 때문에 불안에 떠는 백성들을 속이려 불붙은 연을 날렸다는 거다. 이건 놀이가 아니다. 그러므로 문헌에 기록된 사실로는 연날리기의 기원을 확인할 수가 없다. 연날리기 놀이가 기록된 문헌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누군가는 놀이를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했다. 그건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연에 매달거나 풍선에 매달아, 누군가를 타도하자는 전단을 살포하는 건 왠지 서글프다. 거기다 외국 돈까지 부록으로 끼워서.
어린 시절 차마 말로는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을 실어 날려 보냈던 그 연들을 다시 보고 싶다. 선아야 사랑해. 영숙아 미안해. 병남이 바보. 선생님 다음엔 백점 맞을게요. 엄마 난 밥 두 그릇 먹으면 안 돼? 등등. 그러니까 돈 같은 거 말고 삐라 같은 거 말고 개마고원아 잘 있느냐는 시를, 어머니 잘 계시냐는 편지를, 나 잘 지낸다며 최근에 찍은 사진을 보낼 수는 없는 걸까. 꿈과 사랑 말고 무얼 또 날려 보내야 한단 말인가.
<2008. 11. 25 손홍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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