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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살이를 하며 느낀 곤란한 점 가운데 하나가 사투리다. 식당이든 지하철이든 길거리든 사투리를 쓰면 누구나 돌아본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도 있지만 불쾌해 하는 얼굴도 있다. 소설가들도 마찬가지다.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늘 사투리에 관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투리를 불쾌하게 여기는 이들이 미국 서부 사투리나, 프랑스 노르망디 사투리에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리라 생각할 수 없다. 어쨌든 머지않아 사투리는 영국에서 그러하듯, 출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신분까지 드러내는 꼬리표로 여겨질 것이다. 그러니까 이미 언어에서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사투리에 호의적인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들마저 대개는 우스갯소리로만 여기는 듯하다.
사투리를 소재로 삼은 코미디 프로를 볼 때 씁쓸했던 건 아마도 그런 이유였으리라. 그래도 이따금 사투리만이 지닌 어떤 힘과 지혜를 엿볼 수 있을 게다. 사투리에만 담겨있는 다양한 뉘앙스를 표준어가 모두 소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친구에게 충청도 사투리 ‘겨’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을 때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속보로 전해졌다. 친구는 착실한 학생처럼 내게 배운 사투리를 금세 써먹었다. ‘겨?’(무슨 소리야?) 나도 대꾸했다. ‘겨!’(헌재가 종부세에 대한 결정을 내렸대.) 곧이어 일부위헌, 헌법불합치와 같은 전문용어가 등장했다. 무슨 뜻인지 해독이 되지 않았던 친구가 다시 물었다. ‘겨?’(저게 무슨 소리야?) ‘겨!’(플로베르가 통상관념사전에서 이렇게 말했지. 글씨를 해독할 수 없을 때 그것은 학식의 표시다. 이를 테면 의사의 처방전 같은 것.) ‘겨?’(무식한 국민들은 잠자코 우리의 결정을 따르라는 거야?) ‘겨.’(그래, 가자.) 이렇게 우리는 앉아있던 자리를 훌훌 털고 일어났다. 어느 지역 사투리에나 ‘겨’에 버금가는 낱말 하나쯤은 있게 마련인데 왜 표준어에는 없는지 의아해하면서.
<2008. 11.18 손홍규|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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