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대부채춤
정여운
어미는 칠쇠방울 꽃무당이었습니다
꽃다운 스물다섯에 혼자가 되었습니다
외딴 오두막집에서 신을 모시며 살았습니다
잠결에도 쇠방울 소리가 들려오고
쿵, 쿵, 쿵 지축 흔들리던 소리가 달려오고
어미는 밤낮없이 신을 업었습니다
무복巫服 입고 망건 쓰고 꽃갓 쓰고*
왼손에는 쇠방울을 흔들고
오른손에는 쉰대부채를 펼쳐 든 어미는
호랑나비처럼 신위神位 앞을 날아다녔습니다
어미는 칠쇠방울 꽃무당이었습니다
내 사랑을 흔들어 놓은 쇠방울 소리
오색찬란한 소리가 연꽃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안 된다, 무당의 딸이어서 결혼은 안 된다
제단 촛불 위로 그의 어머니 목소리가 타고 있었습니다
초롱초롱한 방울소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쉰대부채춤 뒤로 숨어버리고 싶었습니다
나에게도 신 내림을 주셨으면
무당의 딸인 줄 아무도 모르는 먼 곳에…….
섬진강 물줄기가 어미의 말문을 삼켰습니다
물길이 산 그림자를 떠밀고 있었습니다
칠쇠방울 꽃무당도 되지 못하고
연꽃 한 송이 피워보지 못하고
풀죽은 보따리로 강가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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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토지』의 인물 월선이를 모티브로 쓴 시.
―詩에세이집 『다알리아 에스프리』(2023. 지혜)에 발표
▲정여운
대구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 수료. 2013년『한국수필』로 수필, 2020년『서정시학』에 시 「문에도 멍이 든다」외 2편으로 등단. 2019년 불교신문 10·27 법난 문예공모전 산문 부문 대상 수상, 시집『문에도 멍이 든다』(현대시학, 2021), 詩에세이집『다알리아 에스프리』(지혜, 2023)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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