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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인 날
조동례
사랑노래 끝나기도 전에
이별노래 판치는 노래방에서
나는 사랑노래에도 아파서 울고
이별노래에도 아파서 울었다
걸리는 게 어디 한두 가지랴
가만히 있는 너를 잘못 건드렸다 생아
사랑과 이별이 차고 이우느라
상처는 배경이 드러나지 않는 꽃이다
다가가도 아프고 다가와도 아픈 꽃이다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칼에 베여도
어둠을 배경으로 별이 뜨고
별을 배경으로 달은 살아 있더라
몸이 먼저인가 마음이 먼저인가
조동례
몸부터 섞고 보자
서천을 지키던 광목천왕 깜빡 조는 틈 타
두 사람 한몸 되었네
후회로다 몸과 마음은 둘이 아니라는
부처님 말씀 말짱 거짓말
몸을 섞어도 마음이 안 따라 줄 때가 있고
마음을 섞어도 몸이 안 따라 줄 때가 있어
부처에게 속았다고 길길이 날뛰더니
눈코입귀 밀어버리고 돌 속에 들었네
일부터 저지른 후회가 어디 너뿐이랴
보이는 곳에나 보이지 않는 곳에나
나 아닌 나 왜 자꾸 생겨나지?
정령치 바래봉 가는 길목
돌 속에 들어앉은 마애불이여
몸이 먼저던가 마음이 먼저던가
□ 약력 : 시집 『어처구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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