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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속의 아우슈비츠
유정탁
확인되지 않은 죽음은 두려운 대상이 된다
영화 속에서 죽었다고 믿었던 상대가 살아날 때 얼마나 섬뜩한가
담뱃불을 끌 때도 목을 확실히 비틀어 꺼야
머릿속 남아 있는 불씨마저 꺼진다
불을 끈다는 건 죽음을 확인하는 일
주둥이 넓은 병 속에 재를 툭툭 털어 넣는데
난데없이 파리 한 마리 뛰어든다
불, 그것이 입술을 향해 각개전투 포복으로 슬금슬금 기어올 때
난 예외 없이 병 속으로 놈을 집어넣는다
머리부터 떨어진 그놈은
아우성치는 병 속에 부어놓은 물 위에서
한 번 더 죽는다
구멍을 찾지 못한 파리는
벽에 머리를 쥐어박으며 울부짖는다
병 속 가득 피어오르는 장송곡
병 속에서 살려달라고 아우성치는 뭇 죽음의 손들
구멍은 좁다 죽음은 연기로 피어오른다
어느새 파리의 몸부림도 멎었다
꾹!
뚜껑을 눌러 닫으니 연기는 화석처럼 굳어간다
숨 막히는 목을 움켜쥐고 허공을 할퀴던 손들
잠잠하다 아우성도 몸부림도 멎고 병 속에 침묵이 흐른다
유정탁
1968년 경남 거창 출생. 1998년 제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 『늙은 사과』. yj02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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