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시 제30회
아까시나무의 추억
류 정 환
저 미친년 또 왔네
헤벌쭉이 웃음을 흘리면서
이상한 냄새를 풍기면서
나풀나풀 나비춤도 추면서
저 미친년 또 왔네
한때는 어린것들을 몰고 다니며 젖을 물려 배고픔을 달래 주기도 했다는데 ─
그래서 어른들도, 몸에 가시가 돋쳐 더러 짓궂은 아이들을 할퀴기도 하는 것이
마을 어귀에 웅크리고 사는 걸 모르는 척 했지 싶은데 ─ 저것이 고운 정 미운
정 들인 아이들 생각나 자꾸 찾아오지 싶은데
5월이 되면, 저 미친년
마을 주변을 서성이며 두리번거리거나
온 산야를 쏘다니며 아이들을 불러 보는 것인데
신물처럼 넘어오는 들큼한 꽃잎의 추억을 애써 감추고 모른 척 지나치는 사람들
을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저 미친년, 저러다
올해도 그냥 가고 말 것인데
류 정 환(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충북지회 회원. 1965년 충북 보은 출생. 1992년 『현대시학』
신인발굴로 등단.
처음 올린 날: 2002년 1월 22일
|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