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손의 변화 外 1편/ 나정욱:시인뉴스 포엠 (poetnews.kr) ]
손의 변화
발이 있고 손이 있다
손의 역할이 있고 발의 역할이 있다
그 역할을 바꿔 할 때도 있다 그때는
삶이 서러울 때이다
손이 가끔 주먹이 될 때가 있고 손이
가끔 손을 감출 때도 있다
가끔 손이 무기가 되어 타인의 얼굴을 칠 때도 있다
그러나 손이 가장 거룩할 때는 기도할 때이다
손이 손을 버리고
주먹도 버리고 무기를 쥐었던 손을 버리고
하늘처럼
평원처럼
두 손바닥을 포개어 기도할 때 드디어 손은 기억한다
가장 사랑스럽고 아름다웠던
자신의 원형적 모습을 갖는 것이다
기도는 쥐었던 주먹을 펴고 손이 손을 기억하는 방법으로
세상과 자신을 용서하는
자세를 갖는다
그래서 기도하는 자세는 사람이 자신을 완성한 최후의 자세가 된다
가장 아름다운 손의 변화는 기도하는 손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마을의 공터
모처럼 마을 공터가 비어있어 공놀이 하러 나왔다
사람은 없고 강아지 장군이가 공을 갖고 논다
장군이의 공놀이를 보고 있던 고양이 메시가 공놀이에 참여한다
공이 장군이와 메시를 갖고 노는지
강아지 장군이와 고양이 메시가 공을 갖고 노는지
모처럼 마을 공터에 먼지가 인다
그걸 보고 있는 나는 장난기가 돌아 강아지 장군이의 이름을 바꿔 부른다
호날두~
호날두~
앞발로 메시에게 패스~
메시에게 패스~
장군이는 알아들었는지
알아 듣고 정말 고양이 메시에게 정확히 패스한다
메시~ 머리로 헤딩~ 헤딩~슛!~ 골인!
그러나 아쉽게도 메시에게 굴러온 공은 고양이보다 덩치가 커서 고양이 메시가 어쩌지를 못한다
마을 공터 빈자리가 너무 커서 축구장도 삼킬듯한
침묵이 깊다
남과 북 비무장지대의 침묵처럼 깊은 마을 공터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강아지 장군이와 고양이 메시가 공으로 장난을 친다
장난을
작란으로 보고 있는 나는 이 한낮의 고요함이 공포스럽다
작란을 착란으로 읽어야 하는 이 세상이 어지럽다
※ 나정욱 시인
『한민족문학』(1990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2019년),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2019년),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2021년)의 시집이 있음.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