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3816 제목 [시] 이응인/ 차매 이름 관리자 차매 이응인 장날 터미널 건너 종묘상에서 고추며 토마토, 오이 모종을 사다 심다가 어머니 주신 씨앗 생각이 나 다락이며 창고 뒤져 봉지봉지 꺼낸다. 꼬깃꼬깃 접힌 종이를 펼치면 숨겨둔 보물처럼 박씨가 튀어나오기도 하고 수박씨, 파씨, 열무씨도 나온다. 이게 무슨 씨냐며 아내가 내민 종이에 서툴게 눌러쓴 글씨 ‘차매’ 국민학교 문턱만 겨우 구경한 어머니 칠십 평생을 눌러 찍은 각자(刻字) 어머니의 참외씨였다. 씨앗 모아 쟁여 두는 일 없고 모종 사다 심는 개명 세상에 어머니는 배운 것들의 사전에는 없는 귀한 씨를 접고 또 접어 챙겨 주셨다. 접힌 주름 겹겹이 펼치면 휘어진 허리 굳은살 익은 손끝에 닿아 어머니 황금빛 차매씨 빛나고 있다. 가방끈으로 닿을 수 없는 언덕 너머 환히 빛나는 어머니 차매씨에다 부끄런 손으로 거름 넣고 물 주고 순 따서 황금 열매 하나, 받들고 싶다. 이응인 경남 거창 출생. 1987년 <전망>으로 등단. 시집으로 [천천히 오는 그리움], [따뜻한 곳], [투명한 얼음장이]가 있음. 본회 회원.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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