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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대추리 푸른 하늘이 좋다고 했다
홍일선
아버지는 대추리가 고향이라 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육이오 때 어린 나를 데리고 내려온
당신은 황해도 외진 바닷가
해주가 고향인 것을.
수굿한 갯바람이 좋아서
남양만 매향리 숭어잡이배에 몸을 맡긴
생애 어쩌다 꽃게라도 많이 잡히면
매향리가 천상 고향이라던 아버지.
숭어가 많이 들고 멸종 희귀종
노랑부리저어새가 뱃머리에 날아들어도
당신에게 매향리는 고향이 될 순 없었나 보다.
그래도 미군놈들이 밉지만
미국이 있어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게 아니냐며
여기 대추리로 이사와서
이곳이 내 뼈를 묻을 곳이라던
이곳이 너희 고향이라던 당신.
그런데 오늘 미군들이
대추리를 떠나라 한다.
당신이 애지중지 피땀 흘리며 마련한
아홉 마지기 논밭을 헐값에 넘기고
어서 여기 대추리를 떠나라 한다.
아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황해도 해주땅 용푸른 곳
갯가에 나오셔서
남쪽 빈 하늘 바라보고계실
어머니가 사는 나라를
내일 칠지도 모르는
미군들이 오늘 우리더러
여기 대추리를 당장 떠나라 한다.
남북 뱃길이 열리면 반나절 거리
고향 다녀오는 것이
소원이었던 아버지는
대추리 푸른 하늘이 좋다고 했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찾아주시는
노랑부리저어새가 고마워
대추리가 고향보다도 더 좋다고
생전에 당신은 말씀하시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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