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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 송이의 불꽃으로 피어나리라
이문복
세상 떠난 뒤에 더욱 빛나는
아름다운 이름들을 우리는 알고 있었다
죽음으로 새 세상 열고자 했던
아픈 이름들을 가슴에 뜨겁게 품기도 했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 이름들
까마득한 전설처럼 멀어져가고
부패한 풍요와 거짓 평화를 누리며
우리는,
힘없는 나라 가난한 백성인 우리는
우리를 잊고 살았다
피와 눈물과 비명으로 얼룩진
우리들의 아픈 이야기 잊고 살았다
2002년 6월 어느 날,
전설이 된 아픈 이름들 대신
월드컵 스타들 화려한 이름으로
우리 가슴 뜨겁게 달뜨던 어느 날,
싱그러운 초여름 바람에 피비린내 실려와
무참히 으깨진 어린 넋들 비명 소리 들려와
가슴 찢어지고 억장 무너져,
우리는 비로소 꿈에서 깨어났다
찢어진 가슴들 여기 모여
춥고 어두운 거리에 촛불 밝혀들고
미선아! 효순아!
차마 보내지 못할 너희들 이름
목메어 부르나니
미선아! 효순아!
아직 잠들지 못한 너희들 영혼
수천, 수만, 수십만 송이의 불꽃으로 살아나
무기와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불꽃들의 외침
억압과 폭력 없는 세상을 향한
불꽃들의 행진
결코 멈추지 않으리니
미선아! 효순아!
우리의 가엾은 딸들아
너희 이름으로 시작된 평화의 행진
너희들이 시작한 생명의 행진
지구촌 방방곡곡으로 이어져
수백만, 수천만, 수억 송이의 불꽃으로
피어날지니
미선아! 효순아!
우리의 어여쁜 딸들아
너희들의 생애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이다
너희들의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문복1952년 충남 서산 출생. 아산시 음봉면 송촌 호숫가에서 텃밭 가꾸며 살고 있음. 대전충남작가회의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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