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아이가 죽었다
-고 신효순 심미선 양의 죽음을 애도하며
오철수
아이들이 죽었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초록 광채의 길섶에서
아이의 가슴과 입에서 열광하던
월드컵 축구 선수들의 이름과 함께
죽었다 미군 전차에 깔려
이제 막 세상이 담겨지던 봉긋한 가슴
이제 막 제가 서야 할 자리가 보이기 시작하던 초롱한 눈이
닫혔다 싸늘하게 식어
아이들은 버려졌다 조국의 무관심 속에
아이들은 버려졌다 불평등 소파협정 페이지에
또 다시 두 명의 아이 피가 스며들고
우리는 눈을 뜨고 본다 차마
길섶 개망초처럼 눈도 감지 못하고
본다 우리 두 아이의 주검을
살려달라는 말 한 마디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오가던 등하교 길에서
책가방을 멘 채 미군 전차에 깔려 죽은
그 어미의 희망 그 조국의 미래를 본다
죽었다 죽었다 또 죽었다.
월드컵의 기쁨 평화의 함성 터져 나오는 거리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
미래도 없이
오철수1958년 인천 출생. 1986년 '민의'로 등단. 시집《아름다운 변명》등이 있음.
|
이전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