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군위안부 강제 동원 배상하고 평화헌법 존중하라
일본 정부의 역사 왜곡과 부정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군위안부 문제는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제 일본 정부는 아예 군위안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본국 및 그 식민지 또는 점령지에서 일본 군 당국이 군위안부를 직접 조달하고 지도부에 의해서도 권장되었음이 밝혀졌다. 일본은 중국 및 아시아 전선 곳곳에 군위안소를 설치하고 군위안부 모집 과정에서 정부기관과 군 당국이 직접 협력한 경우도 많았다. 군위안부 문제는 개인적 차원이 아니라 일본 제국주의가 피식민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행한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행위였다. 군이나 정부기관이 직접 민간인을 납치 또는 강제 징용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강제로 끌려가거나 사기로 꼬드겨 인신매매로 팔려간 사실도 확인되었다.
이렇듯 20만에 달하는 수많은 여성들이 강요된 성노예 행위 때문에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피폐한 삶을 살다가 스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는 이 모든 사실을 뻔뻔하게 외면하고 있다. 희대의 인권 유린과 만행을 저질러 놓고도 오늘날까지 공식적인 사과와 배상은커녕 진상규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는 8월 4일 뉴저지주 유니언시티 군위안부 기림비 제막식을 저지하기 위해 관할 단체장에게 철회 요구 공문을 발송하는 등 방해 공작에 열을 올린 바 있다. 기림비 제막 방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므로 새삼스러울 것은 없지만, 최근 일본 정부의 우경화와 평화헌법 위반 움직임을 보면 군국주의 야망이 되살아나 소름이 끼친다. 더욱이 일본헌법 제9조의 자의적 해석을 통한 자위권 필요성 주장은 동북아의 안전과 세계평화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과거를 반성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겠다는 결의로 보인다.
7월 24일(현지 시간) ‘유엔 시민·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일본군 군위안부 모집·이송 등의 강제성을 재확인했으며, 군위안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완전 배상을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위원회는 “대부분 위안부들의 모집, 이송 및 관리가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군대나 군대를 대신한 기관의 강제와 협박을 통해 이뤄졌다”고 적시하며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행위들은 일본의 직접적 법적 책임을 야기하는 인권침해로 간주되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군위안부 강제 이주를 부인하는 일본의 입장에 대해 위원회가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위원회의 위와 같은 권고는 일본군의 군위안부 전시 동원이 ‘법적 책임’을 부르는 인권침해라는 사실을 재확인해준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유엔의 이 결정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권고에 따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윤정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봉선화｣가 공연된 바 있고, 군위안부 할머니들을 무대로 이끌어낸 뮤지컬 ｢꽃신｣도 관심을 끌고 있다. 수요집회는 1,000회를 넘어 계속되고 있으며, 뉴욕을 비롯한 미국에서의 기림비 제막 등도 계속된다. 이는 단순히 군위안부 문제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전쟁의 잔혹함과 살상의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잡으려는 인류 공통의 소망이기도 하다.
그러니 한국 정부는 군위안부 문제에 담긴 이러한 고귀한 소망과 가치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진정성 있는 자세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하여 공개함은 물론, 이를 통한 진상 규명에 있어 분명한 원칙과 적극적인 자세로 일본 정부에 맞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중국을 위시한 피해국 과 손잡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에 광복 69주년을 맞아 우리 세 문학단체는 일본 정부에 다음과 같이 권고한다.
하나, 전시 일본군이 군위안부에 대해 자행한 성노예 행위와 여타 인권침해 주장을 실질적이고 독립적이며 공정하게 조사하라.
하나,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사법적 접근을 보장하며 완전 배상을 실시하라고 촉구하는 유엔의 결정을 즉각 따르라.
하나,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공포 세계를 조장하는 모든 군국주의적 야망과 시도를 당장 그만두라.
2014년 8월 15일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가나다 순)
성명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