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php.chol.com/~wanho/bbs/data/poem/esuyoil.js></script> 한국작가회의는 지난 2월 23일 임시총회를 거쳐 새로운 임직원 선출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이 자리에서 신임이사장의 추대가 있었습니다.

다음은 그동안 한국작가회의의 발전에 노고를 다해 온 정희성 전 이사장의 퇴임사와 이제부터 어려운 역할을 맡게 된 최일남 신임 이사장의 취임사 입니다.

<정희성 전 이사장의 퇴임사>

고별사

지난 해 12월, 정기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장을 추대하지 못한 채 3개월의 시한을 두고 임시총회를 열겠다고 회원 여러분께 약속한 바 있습니다. 오늘이 약속한 그날입니다. 몇 달 안 되는 사이에 해도 바뀌고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신문 보도를 보니 우리가 대단한 문화 권력이었더라고요. 그게 권력인 줄 알았더라면 한번 휘둘러나 볼 걸 하는 후회도 없지 않습니다. 지난 2년 동안에 제가 한 일 가운데는 잘 한 일도 있고 또 잘 못한 일도 있겠습니다마는, 자화자찬은 그만두겠습니다.

지난 달, 그러니까 1월 11일, 함박눈이 펄펄 내리던 날, ‘한국작가회의’ 현판식을 하면서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생각나서 마음으로 우리문학의 풍년을 빌면서도 무언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차라리 탄압이나 받았으면’ 하는 동료 시인의 탄식을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창작 환경도 많이 달라질 것이고, 달라진 분위기가 오히려 우리 체질에 맞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우리가 긴장을 잃고 너무 관성적으로 행동해 온 것은 아닌지, 돌이켜 반성할 점도 있다고 봅니다.

아무튼 쇄신을 위해 간판도 새로 내다 걸었고 오늘은 새로운 이사장님을 모시기 위해 마련한 축제의 날입니다. 조금 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우리는 최종적으로 작가 최일남 선생을 이사장으로 추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작가로서 반 세기에 걸친 풍상을 겪으면서 꾸준히 건강하고 지혜로운 눈으로 세상을 읽어 오신 어른을 새로운 이사장으로 모실 수 있어 마음 든든합니다. 새로운 이사장님을 중심으로 다시 굳건한 하나가 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갑시다.

회원 여러분. 그동안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최일남 신임이사장의 취임사>

인사말

한 번 서보라고 해서 나오긴 나왔으나 저 개인으로는 이 무슨 벼락인가 싶습니다. 열 이상만 모이면 자리를 피할 만큼 소심한 자의 걱정이 크다하겠습니다.

웬만한 단체나 조직이 이왕이면 젊은 쪽으로 몸을 다듬고 우리 작가회의도 그동안은 연부역강한 분을 이 자리에 앉혔는데, 저 같은 복고로 무엇을 꾀할까 궁리도 많았습니다. 다행히 언제적부터 사무총장 중심으로 체제를 갖춘데다가, 부이사장 다섯 분에 많은 이사가 어련히 알아서 일을 할 텐데 걱정도 팔자라고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것은 작가회의의 기반이나 연륜이 그만큼 든든한 증거이자 노소가 오르락내리락 동락하는 문학단체 특유의 여유 아니겠나 싶습니다. 최 모나 누가 이사장이 되어도 대세에는 지장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스스로를 둘러대자 마음이 편했습니다.

이 자리를 권한 몇 분이 말했습니다. 큰 부담 갖지 말고 와서 젊은 회원들 노는 모양도 보라고. 보다가 마음에 안 들면 사랑방에 앉아 장죽으로 재떨이를 치는 기분으로 에헴 소리를 내보라고. 쿨하지도 하트하지도 못한, 뜨뜻미지근한 생애를 살았으나 흉내야 못 내랴 싶었습니다. 겁이 많아 ‘자실(자유실천위원회)’이 뜰 때부터 뒷전조차 끼지 못했으나 학번은 많이 앞서거든요.

그 때 몸을 던져 표현의 자유와 인권을 바로 세우자고 나선 분들 생각이 오늘 다시 새롭습니다. 그만한 전통은 세계적으로 드물다 하겠습니다.

그 동안 작가회의는 여러 단계의 변화를 거쳐 왔습니다. 변화를 위한 변화이기보다는 문학의 이름으로 현실에 대응하는 모양으로 해왔습니다. 요새는 요새대로 그런 국면이 전개될 몇 가지 징후를 보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기는 하지만 그럴 때는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바탕 위에서 지혜롭고 품위 있게 바깥으로부터의 질문에 대답해야 하겠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회원 구성 자체가 젊고 다양하게 바뀌었다고 봅니다. 문학인은 어떤 성취보다도 작품에서 보람을 찾습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요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를 염두에 둬야 합니다.

지난 번 ‘민족’ 두 글자를 지우는 의견수렴과정에서 저는 보았습니다. 우리 모임의 의젓하게 성취된 품격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17대라고 했는데, 앞에서 쌓은 이사장들의 노력에 누를 끼치지 않도록 힘쓰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소인입니다. 큰 기대는 절대 마시고 염치없는 소리지만 정신적 키가 2년 동안에 더 쫄아들지나 않도록 회원 여러분께서 많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