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SCRIPT Language=JavaScript src=http://php.chol.com/~wanho/bbs/data/poem/esuyoil.js></script> 작가편집위원회에서 금년도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을 발표합니다.
당선 작품은 이번 겨울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요청하시는 응모자분들이 많아 먼저 공지사항에 당선작과 소감 및 심사평을 올립니다.
당선작은 분량이 많아 첨부파일로 올려 놓았습니다.

***************신인상 시 부문*******************

[심사평]

<바다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를 염전에서 정재한 시>

응모작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이쯤 되면 흉허물일 수 없다. 어떤가. 이런 신인을 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잡지의 복이요, 이런 신인을 새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은 또한 우리 시단의 복이 아닌가. 축하한다.
이번 심사를 본 우리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신인상 심사에는 그야말로 생짜 신인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응모작 하나하나가 우리들의 눈에는 하나같이 아깝고 어여쁘기만 했다. 이 시를 버리자니 저 시가 눈에 밟히고, 저 시를 올리자니 이 시가 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생각 같아서는 몇 명이고 올리고 싶은 생각에 갈피를 놓치기가 일쑤였다. 응모작 중에서도 몇 편 남지 않은 막바지에 느닷없는 평지돌출, 다른 시들을 일거에 평지로 몰아세우며 정영우의 시가 튀어나왔다. 생짜들의 혼란한 마음을 일순 다스리는가 싶더니 야멸치게도 걸고넘어졌다. 다른 응모작을 제치고 단연 앞자리에 나선 순간 심사는 끝이었다. 정영우만 아니었다면 앞자리에서 어깨를 겨눴을 황남주, 황연진, 전영관의 시들에게 미안했다. 못지않은 주연급의 그들 시에게 진심으로 악수를 청한다.
정영우의 시는 오랜 숙련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보인다. 삶을 관조하는 눈빛에도 어느덧 깨달음의 저 편을 봐버린 듯한 숙성된 연륜이 배어나온다. 필경 바다에 태를 묻고 나옴직한 짠내 나는 정서와 짠내 나는 인생의 눈물을 정제하는 시의 염전이 눈부시다. 모처럼 바다내음 물씬한 그의 시는 우리 시단의 지평, 아니 ꡐ수평ꡑ을 넓혀줄 것으로 기대한다.
정영우 시의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완성도가 높다는 것이다. 문단 통과의례의 기회를 여러 번 놓친 데서 오는 각고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덧나고 덧난 상처를 자가치료한 흔적이 아닐까 한다. 지나치게 심사를 보는 알량한 눈들을 의식해서 스스로 성형미인이 된 탓이리라. 이젠 자기만의 내면의 울림에 온전히 동화되어 자신만의 시를 자신만만하게 뽑아낼 때가 된 것 같다. 이 신인상이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과감하게 박피하고 어느 눈치도 의식하지 않는 정영우만의 시를 당당하게 선보이기 바란다. 충분하다.

심사위원 : 안상학. 김근.

[당선소감] - 정영우

포장이삿짐이 나간 빈방에 포장하지 못하는 벽에 박힌 못과 먼지와 나와 나의 이별만 남았다. 나는 이별을 포장한다. 주섬주섬 담을 것이 많다. 한 칸 방안에 저렇게 기발한 감정체험이 많았는데 왜 난 그동안 배고파만 했을까. 어쩌면 그 숱한 새벽까지의 투정은 정말 절실한 것들을 만나기가 두려워서였는지 모른다. 詩作은 내게 자기연민과도 같았다. 스스로 가엽지 않고서는 모든 수단의 끈을 놔버릴 것만 같았다. 그 무의미가 오죽했을까. 이제 방을 옮겨 짐을 풀어야 한다. 뭐가 달라질까마는 정말 절실한 것들을 당당히 마중하는 용기를 길러야겠다. 더 이상 내게 가엽다고는 말아야겠다.

늦깎이다. 염치가 없다. 그러나 쓰고 싶다.
뽑기를 고민하셨을 황광수 선생님과 안상학 김근 두 분 시인님께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방산재 시절도 떠올려진다. 내 시의 본향인 풀밭동인 문우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신인상 소설 부문*******************

[심사평]

지난 세기말부터 문자의 시대는 가고 있다는 말들이 심심찮게 들리기 시작하더니 그 말을 반영이라도 하듯 소설은 한동안 부진의 늪을 헤맸다. 바닥을 치면 부상할 일만 남았다고 했던가. 현 작단은 다종다양한 소설들로 넘치고 있고 그 기세를 반영이라도 하듯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 공모에도 무려 115편의 소설이 들어왔다. 몇몇 소설들은 당장 활자화 되어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어서 눈을 비벼가며 재독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소설은 ‘제니’ ‘쪽’ ‘역광’ ‘맨홀’ ‘지반 침하 우려 구역’ ‘종영’ 등이었다. 염색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돋보였던 ‘쪽’은 서사를 끌고 나가는 힘이 부족했고 ‘내 외사촌 제니는 지난 일요일 과도로 자기 심장을 도려내 안나에게 주려고 했다’로 첫장을 열어 보인 차화연씨의 ‘제니’는 쿨한 감성, 전복적인 상상력이 갖는 매력은 대단했지만 너무 시나리오적이어서 좀더 기다려보자는 이유로 배제되었다. 소설과 시나리오는 엄연히 다르다. 물론 소설적인 시나리오도 있을 수 있겠고, 시나리오적인 소설도 있을 수 있겠다. 허나 적어도 소설이라는 장르에 부합하려면 시나리오와 소설의 경계는 세심히 살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이 성민선씨의 ‘지반 침하 우려 구역’과 김정란씨의 ‘종영’이다. 토씨 하나, 조사 하나도 흘려 쓰지 않은 ‘지반 침하 우려 구역’은 무엇보다 성민선씨의 오랜 습작기간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흠 잡을 것 없는 유려한 문장에 시선을 붙드는 만만찮은 힘, 하나의 에피소드에서 또 다른 에피소드로 건너갈 때 여기서 소설적 역량이 현저히 드러나게 마련인데 이마저도 유연하게 처리되어 대형 작가가 탄생하려나, 하는 초반의 설렘을 끝까지 유지시켜주지 못했다. 시선을 붙드는 힘은 강했지만 아쉽게도 마지막 2 프로가 부족했다. 그래서? 라는 방향 제시가 없었다. ‘종영’은 영사기사인 여자와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관 주인인 그, 영화 속의 남자와 여자가 네 개의 축으로 구성이 되어 인물들이 물결처럼 흐르다가 어느 순간 겹쳐지기도 하고 영화의 안과 밖이 대비되면서 곧 폐쇄될 한산한 영화관과 두 인물의 고립된 상황이 섬처럼 느껴지게도 하는 밀도 높고 울림 있는 작품이다. 현재형에 단문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김정란씨의 깊은 시선, 단단한 문장, 치밀한 전개 방식이 그 약점을 십분 보완하고도 남는다. 당선작을 ‘종영’으로 결정한 후 식당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당선 통지를 미루고 다시 한 번 ‘종영’과 ‘지반 침하 우려 구역’을 검토하게 한 것은 성민선씨의 흡입력 때문이었고, 많은 망설임 끝에 또 다시 ‘종영’을 지지하게 한 것은 김정란씨의 치밀함과 뒷심 덕이다. 김정란씨에게는 축하를, 성민선씨에게는 아쉬움을 전한다.

심사위원 이현수, 이선옥, 양진오

[당선소감] - 김정란

멀리서 바라보는 숲은 아름답다.그 매력에 이끌려 숲 속으로 들어가니 꽃들이,
새들이, 나무들이 보인다.그 중 눈길을 끄는 한무더기 들꽃들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오솔길에 주저 앉는다. 내 시야 안에 들어온오솔길은 하늘도 품을 수 있을 만큼
넓어 보인다.어느 새 오솔길은 내가 되고 나는 대신 오솔길이 된다.
그제야 들리는 살아 있는 것들의 소리. 숲은 살아 있는 것들이 몸부림치는 소리로
가득찬 삶의 우물 같은 곳이 아닐까. 나는 우물 속을 들여다 보기로 한다.

문학은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두렵지만 삶을 깊숙히 바라보는 용기를 갖는 일로.
당선통보를 받던 날은 몹시 그리고 격렬하게 행복했다. 내 삶에서 그렇게 완전한
행복을 경험해 본 적이 없을만큼. 하지만 만 하루가 지나자 나는 다시 두려워진다.
더 깊은 우물을 들여다 봐야 하는 책임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문학이 사회적 책임임을 알려준 나의 스승, 조동선 선생님과허술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감사드립니다.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깊은 사유의 끈을 놓지 않고 자신의 글과 마주하고 있을
여러 문우들께 미안합니다.
그리고 나의 세 남자. 아버지와 남편, 아들 도환이에게 늘 부족한 사람이었음에도
앞으로도 더 많은 이해와 격려를 부탁드릴 수 밖에 없음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저를 위해 늘 기도해 주시는 김이숙 선생님과 지금까지 나와 함께한, 또한 앞으로
함께 할 가족, 친구, 선배, 후배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미숙, 현원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