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 환영의 글

“원심 파기”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하며

- GS칼텍스(구 LG칼텍스) 사태의 바른 해결을 촉구한다.

살다보면 보람찬 일도 한번씩은 있어야 한다.
겨우내 메말랐던 대지들이 봄을 만나서는 다시 푸르른 희망의 기운을 되찾고 새로워지듯, 어느 누군가에게도 한번 씩은 기쁜 일이 있어야 한다.
가끔은 정의가 살아 있다는, 바름이 살아 있다는, 공평함이 살아 있다는, 다름이 살아 있다는 소식이 들려야 한다. 그 힘이 다시 다양한 이해 갈등으로 생겨난 사회적 고통들을 위무하고 사회 공동체 성원들의 조화로운 발전을 이루는 힘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누구라도 자신의 이익만이 아닌 바른 역사와 사회를 이 땅에 올곧게 새겨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주는 아름다운 사람들의 일에 함께 할 수 있다.

각설하고, 금번 5월 12일 작년 8월 구 LG칼텍스(현 GS칼텍스) 노조 파업의 여파로 구속된 노조 집행부들에 대한 대법원의 ‘원심 파기, 무죄 추정’의 결정은 무척이나 공정하고, 정당한 판결로 환영받아야 한다. 우선 그 기쁨을 사회 전체의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권력보다 더 강한 힘을 가진 대자본의 입김으로부터 사법의 자리가 최소한 독립적일 수 있음을, 독립적이어야 함을 보여준 용기있는 판결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에 작년 파업 당시부터 파업의 본래 원인인 비정규직의 사회적 해결 문제, 기업이윤의 사회환원 문제,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노동3권을 과도하게 막고 억압적인 정치문화 속에서 주로 사회적 공기(公器)로 인정받아야 하는 민주노조들에 대한 탄압의 도구로 활용된 직권중재제도의 전향적 검토 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먼저 이야기 되어야 함을 호소하며 서명 등에 참여해 왔던 민족문학작가회의 소속 작가들 역시 깊은 환영의 뜻을 전한다.

이번 판결이 만연하고 있는 친자본 형태의 노동정책을 공정하게 잡아나가는 시작이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의 판결 요지는 파업의 원인이 노조에 있지 않고, 중앙노동위원회의 불법 중재 과정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즉각 편파적이고 잘못된 중재 과정을 통해 노사간의 극한 대립을 부추키고 이후 과도한 노동탄압, 인권탄압을 예비한 잘못을 인정하고 그 기간 동안 해당 노동조합과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들이 지불해야 했던 고통에 대해, 그 당사자들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불안과 갈등을 야기한 책임에 대해 사죄하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몇 사람의 자리 보존을 위해 지불되기에는 LG칼텍스 사태로 빚어진 사회적 출혈이 너무나 컸다.

두 번째로 GS칼텍스(구 LG칼텍스) 사측은 대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폄하하고,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일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불법 절차와 이에 따라 진행된 불법파업 규정 이후 자행된 모든 노동탄압은 그 근거가 상실되었음을 인정하고 징계 등 모든 사후 조처들은 파업 전으로 원상 복귀해야만 한다. 더더욱 불법파업 참가를 이유로 자행된 모든 인권탄압에 대해서 사과하고,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세 번째로 노동부와 정부는 이토록 많은 사회적 출혈을 오히려 제도화하고 의도화하는 직권중재 제도의 폐해를 인정하고, 관리소홀 책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 책임을 다하는 모습의 핵심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민주적 혁신을 준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바름과 공정함을 바로 잡아나가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빠져서는 안 될 문제가 LG칼텍스 노동자들이 이런 고통까지를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적으로 제기했던 문제들에 대한 진중한 사회적 논의이다. 비정규직 문제로 표현되고 있는 심각한 사회 양극화의 문제, 기업이나 소수 부유층들에게로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는 부(富)의 조화롭고 민주적인 사회적 재분배 시스템의 창조적 재편이다.
기실 이 부분에 대해 사회 전 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정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대책과 합의가 생겨나지 않는 이상, LG칼텍스(현 GS칼텍스) 파업과 같은 사태는 끊이지 않을 것임을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울산의 건설 플랜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 덤프트럭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파업 등 다양한 노사정 간의 갈등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러한 중차대한 사회적 문제들을 성숙하게 돌아보는 소중한 계기점이 되기를 바래본다.

우리는 노동조합 내부의 그릇된 관행과 부정비리가 사회여론화 되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웠다. 그릇된 관행과 부정비리자는 응당의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나아가 그 당사자들은 먼저 가신 열사들에게, 열악한 노동현장을 지키는 동료들에게,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진심으로 석고대죄해야 한다. 나아가 이런 사태로 말미암아 전체 노동계에 대한 불신 폄하로 번지는 여론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는 균형감이 상존하기를 바란다. 그간 노동운동이 해왔던 민주화와 진보에 기여했던 사회적 역할은 보다 정련되고 이타적인 모습으로 출현되어야 할 것이며, 우리는 시시비비를 가려 옹호하거나 비판할 것이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격려한다. 작가의 이름으로 창살속의 노동자들에게 다람쥐 꼬리만한 햇살이라도 드리려 했던 마음이, 다행이 통했던 것 같다. 함께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