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짐이 곧 국가다”식의 시대착오를 신앙처럼 숭배한다면, 국민은 권력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회수할 수 있다.

"숨쉬는 것 빼고는 다 거짓말이다.” 출범 3개월을 넘긴 이명박 정권에 대해 국민은 이렇게 느끼고 있다. 쇠고기에 좌우가 있을 수 없는데, 낡은 흑백영화에서나 볼 법한 강경 진압을 노골화하는 청와대에 국민이 기대할 것은 더 이상 없다. 대놓고 국민에게 ‘총질’을 권유하고 있는 한 얼빠진 극우 논객조차 대통령의 하야를 거듭 촉구하는 풍경에 직면하다 보면, 정말 ‘가망 없는 정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권의 골수 지지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불과 3개월밖에 안 된 정권인데 판단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닌가.” 이에 대해서 80% 이상의 국민은 이런 심정을 피력하고 있다. “불과 3개월밖에 안 된 정권인데, 이렇게 무능할 수 있는가.” 이 정권은 무슨 말만 나오면 ‘경제 살리기’ 운운하며 전임 정권 탓하기에 열성인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정작 경제를 절단내고 있는 게 누구냐는 반문이 청와대에는 들리지 않나 보다. 그런 정권에 맹성(猛省)을 촉구하는 것도 한두 번이어서, 국민은 이제 여과 없이 분노하고 있다.

정권은 국가가 아니다. 일시적으로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자들이 “짐이 곧 국가다”식의 시대착오를 신앙처럼 숭배한다면, 국민은 권력을 민주적인 방식으로 회수할 수 있다. 오늘의 이명박 정권을 보면, 프랑스 혁명기의 마리 앙투와네트의 이미지가 겹쳐진다. “먹을 빵이 없다구? 그럼 과자를 먹으면 되잖아” 하는 그 발언 말이다. 국민은 검역 주권을 말하는데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 운운하다가 이 정권은 코너에 몰렸다.

국가 정체성에 대해 대통령이 말한 바 있다. 그 미국의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가 국가 정체성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알쏭달쏭하지만, 대한민국의 국민은 정의로운 국가, 평화로운 국가, 국민주권이 살아 숨쉬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 피 흘리면서 오늘의 민주주의를 건설해왔다. 헌법 제1조의 공화국의 이념을 수호해온 것은 국민이지 위정자들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둘러보라. 전국을 감옥으로 만들어도, 양심은 결코 감옥에 가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무능한 여당은 물론이고 가스통과 각목을 들고 폭력을 일삼는 어떤 집단들은 ‘촛불‘을 끄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국민은 그럼 ‘횃불‘을 드는 것은 어떤가 하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이 정권에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이다. 초등학생조차 닭장차로 연행하는 기묘한 정권에 어떤 미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미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권을 물리적으로 지속시키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정당성과 도덕성, 국정운영능력조차 부실한 정권 앞에서, 현명할 뿐 아니라 정의감이 투철하고 유머감각이 뛰어난 국민이 취할 태도는 분명하다. 국민은 물과 같이 부드러워 보이지만 어떤 단단한 바위도 기어이 뚫어낸다. 민의를 배반한 정권의 말로는 비참했다. 가망 없는 정권은 국민에게 항복해야 한다. 입은 닫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그래야 일말의 희망이라도 건질 수 있다.

<2008. 7. 10문학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