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명철 평론가의 새 평론집 [순간, 시마에 들리다]
(작가, 2006년 5월 2일)


문학현장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젊은 비평가 고명철 씨의 평론집 『순간, 시마詩魔에 들리다』가 도서출판 작가에서 출간되었다. 이번에 펴내는 평론집 『순간, 시마詩魔에 들리다』는 저자의 시를 향한 짝사랑을 세상에 드러내는 시 평론집이다.

“비평가로서의 시 비평에 대한 욕망의 밑자리에, 비평가로서보다 시를 좋아는 범인(凡人)으로서, 시를 좋아는 뭇 사람들과 함께 시를 즐겁게 읽고 싶어서” 이 책을 묶게 되었다는 저자 고명철 씨는 또한 “이 책은 평론집이되, 시를 어떻게 읽어야 할 것인가에 관해 모종의 가르침을 받고자 한 시 읽기의 교육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고백한다. 그의 진솔한 고백처럼 이 책은 시를 즐겁게 읽기 위해 모두 5부로 구성되어 있다.

고명철 1970년 제주 출생. 1998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변방에서 타오르는 민족문학의 불꽃―현기영의 소설세계」가 당선. 현재 광운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 중. 저서로 [‘쓰다’의 정치학], [비평의 잉걸불], [1970년대의 유신체제를 넘는 민족문학론], [칼날 위에 서다], [주례사 비평을 넘어서](공저), [한국소설 읽기의 열 두 가지 시각](공저) 등이 있다.

::상세소개

1부는 시를 주제별로 묶어서 아직도 진행 중인 1990년대의 시문학사를 거칠게 파악하고 있다. ‘지금, 이곳’ 시단의 지형도를 점검해보았고, 가족해체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현실에서 근대의 개별적 자아를 발견하는 젊은 시인들의 작품을 검토해보면서, 악무한으로 점철된 이 세계의 고통과 정직하게 대면하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무엇보다 1990년대 이후 변화된 현실 속에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민중의 삶과 그 삶의 희망을 노래하는 시들을 읽으며, 나태해지는 진보 문학을 향한 성찰의 목소리로부터 이 시대의 시적 진실을 돌이켜보고 있다.

2부는 시조 시인들의 시집을 읽어본 것이다. 시라고 하면, 으레, 자유시를 연상케 되는데, 전통 시조의 율격을 창발적으로 계승한 현대 시조의 미학은 자유시와 또 다른 미적 체험의 길로, 정형의 틀을 유지하되, 그 틀 안에 갇혀 있지 않고, 틀을 내파(內破)시키는 아름다움이야말로 현대 시조의 매혹이라 말할 수 있다.

3부는 자유시를 읽어본 것이다. 각 시인들의 시집은 나름대로의 시적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 특별히 주목한 것은 서로 다른 시 세계 속에서도 그들은 삶을 과장되게 노래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들은 삶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비록 삶은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을 아파하는 시적 포즈를 취하고 있지 않다. 하여 그들이 견딤의 끝자락에서 포착한 아름다움은 삶의 고통을 정직하게 대면한‘견딤의 미학’, 그 시적 공명에 온몸을 맡기고 있다.

4부는 개별 시인의 시 세계를 조망해본, 일종의 작가론적 성격의 글들이다. 한 시인의 시적 영감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시 세계를 심화 확장시키는 그 험난한 길을 아무런 준비 없이 좇아간다는 것은 벅찬 일이다. 시인들마다 시간의 틈새에 아로새긴 풍경들 속에서 망각하고 있었던, 그 틈새에 새겨진 풍경들을 만났다.

5부는 시 한 편만을 대상으로 꼼꼼하게 읽어본 것이다. 여기서 비로소 ‘시마에 들린다’는 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신동엽, 강우식, 이시영, 박시교, 김선우, 맹문재, 정창식의 시들을 통해 현실의 지평에 선 시인들의 시적 고뇌를 곱씹어보며, 윤동주, 박영근, 공광규, 김영래, 전동균, 길상호, 신용목의 시들을 통해 성찰의 주름을 잡는 시인들의 시적 태! 도를 성찰해본다. 기형도, 이성부, 하종오, 허영선, 고재종, 이재무, 유홍준, 최창균, 복효근의 시들을 통해 삶과 죽음을 가로지르는 시인들의 저 도도한 시적 사유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