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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도둑고양이
서지선
1
“다다다, 탕, 탕, 쒸웅, 쒸웅.”
장난감 총알이 비녀 지른 머리 위로 날아갑니다.
“꼼짝 마, 나는 사냥꾼이다!”
힘찬이는 폴짝폴짝 뛰며 돌아다닙니다.
돋보기안경 너머로 할머니 눈이 왕방울만 해 집니다.
방바닥에 떼구르르 흘러 있는 총알들을 돌아봅니다.
“이런 거 갖고 놀지 마라 했재? 동생이 집어삼키면 우짤라꼬?”
할머니가 힘찬이를 쏘아봅니다.
“동생이 이런 거 삼켜서 배 아프면 좋겄나?”
할머니 호통소리에 힘찬이가 달아납니다. 할머니는 총알을 모아 봉다리에 꽁꽁 묶습니다.
잠시 후, 힘찬이가 눈치를 살피며 슬금슬금 다가앉습니다.
“할머니, 내 총알은?”
“모르겄다! 도둑고양이가 가져 갔는갑다!”
할머니가 무서운 눈짓으로 문 밖을 가리킵니다.
“도둑고양이?”
힘찬이는 놀란 눈으로 문 쪽을 바라봅니다.
“하모, 도둑고양이!”
2
“칙칙 폭폭, 비키세요! 빨리 빨리 비키세요.”
힘찬이가 오른 팔을 신나게 흔들면서 방문턱을 넘습니다.
“아니, 요놈아 그게 뭐꼬?”
할머니가 돌아보고 소리칩니다.
“기차에요, 기차!”
힘찬이가 큰 소리로 대답합니다.
“그게 기차가? 베개지. 베개 타는 거 아이다. 퍼뜩 내리라!”
할머니가 손사래를 치며 눈을 부라립니다.
“이거 기차야, 기차!”
힘찬이는 두 다리와 엉덩이에 잔뜩 힘을 줍니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하게 밀고 갑니다.
“얼른 안 내리나! 베개 타는 거 아니라 캐도!”
할머니가 힘찬이의 엉덩이를 밀어내고 베개를 잡아당깁니다.
실쭉발쭉 실룩이던 힘찬이의 입에서 그만 울음이 터집니다.
“이런 거 타고 놀믄 도둑고양이 잡아간다!”
할머니는 왈칵 베개를 빼앗아 이불장에 넣고 맙니다.
3
힘찬이가 색종이로 개구리 접기를 합니다.
“그건 가새로 문질러야재!”
낑낑거리는 힘찬이를 보고 할머니가 끼어듭니다.
“할머니, 가새가 아니고 가위라니까!”
힘찬이가 따지듯이 소리를 지릅니다.
“하모, 가위…… 가새나 가시개나 그리 알아들으모 되제…….”
할머니가 말끝을 흐리며 다가앉습니다.
“아이참, 유치원 선생님이 그런 말 쓰지 마라고 했단 말야!”
힘찬이는 잘 안 되는 짜증까지 엎어서 쏘아붙입니다.
“이리 조 봐라.”
할머니가 타이르듯 손을 내밉니다.
“싫어!”
힘찬이는 고개를 세차게 흔듭니다.
“퍼뜩 조 봐라 캐도!”
“싫어! 선생님이 스스로 하랬단 말야!”
씩씩거리던 힘찬이는 갑자기 색종이를 확 구겨버립니다.
“그라모, 마 치아라! 아나, 도둑고양이나 주워 가삐라.”
할머니는 구겨놓은 색종이를 밖으로 휙 던져버립니다.
“잘 안 되믄, 조근조근 해 봐야재.”
할머니는 중얼거리며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납니다.
힘찬이는 멍하니 쳐다봅니다.
4
할머니가 한쪽에 금이 가서 벌렁대는 고무 대야를 들고 들어옵니다.
“할머니, 뭐 할 거야?”
힘찬이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쪼르르 다가앉습니다.
할머니가 금 간 곳을 맞추더니 유리테이프로 딱 붙입니다.
“이래 놓으면 한참은 더 쓸 수 있을 끼다!”
할머니가 다시 튼튼해진 대야를 흔들어 보이며 씨익 웃습니다.
“이야! 멋진데!”
힘찬이도 대야를 이리저리 흔들어봅니다.
힘찬이가 갑자기 생각난 듯 유리테이프를 들고 방을 나갑니다. 한참이 지나도 안 들어오자 할머니도 나가봅니다.
“할머니, 이제 됐어!”
계단에 앉아있던 힘찬이가 손짓을 합니다.
“내가 다 고쳐 놨어!”
힘찬이가 의기양양하게 바닥을 가리킵니다. 계단 바닥 금이 간 곳에 유리테이프가 가득 붙여져 있습니다.
“어이구 마, 이걸 우짜노?”
할머니가 놀라 소리를 지릅니다.
할머니는 종이부분만 남은 유리테이프를 주워들고 시멘트 바닥 여기저기를 재빨리 둘러봅니다.
“이리 함부로 쓰면 도둑고양이가 물어간다!”
할머니가 한숨을 쉬며 엄포를 놓습니다.
5
힘찬이가 숨바꼭질 놀이를 합니다.
큰방의 옷장 안에도 숨고, 화장실 문 뒤에도 숨습니다. 책상 밑에도 숨고 식탁 밑에도 숨습니다. 할머니 방 벽장 속에도 숨어봅니다.
벽장 속에는 힘찬이가 처음 보는 것이 있습니다. 꼬질꼬질 때 묻은 대바구니입니다. 살며시 열어봅니다. 거기엔 신기한 잡동사니가 가득합니다. 크고 작은 병 속에 갖가지 단추들, 고리들, 헝겊들, 방울들이 종류별로 있습니다. 오래 전에 도둑고양이가 물어갔던 힘찬이의 총알도 봉다리 가득 들어있습니다.
힘찬이는 살며시 물건들을 꺼내와 책상 서랍 안 비밀상자 속에 옮겨 놓습니다. 갑자기 큰 부자가 된 것 같습니다. 힘찬이는 만들기 할 때 멋지게 쓰일 재료들을 상상해 보며 씩 웃습니다.
외출에서 돌아오신 할머니가 벽장문을 열어보다 힘찬이를 부릅니다.
“벽장 바구니 속에 있던 단추 못 봤나?”
“…….”
힘찬이는 비밀이 절로 튀어 나올까봐 꾹 다문 입에 힘을 줍니다.
“어디로 갔을꼬?”
“…….”
힘찬이는 시치미를 떼고 할머니를 쳐다봅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누르며눈만 말똥거립니다.
“분명히 거기 있었는데…….”
할머니는 고개를 갸웃대며 돌아섭니다.
“할머니, 그거 말이야…….”
“그래, 니가 봤나?”
할머니가 반가움에 다시 돌아봅니다.
“경찰 고양이가 물고 갔어.”
“경찰 고양이?”
“그래, 경찰 고양이!”
힘찬이가 자신 있게 문 밖을 가리킵니다. 할머니가 어리둥절한 채 밖을 봅니다.
문 밖엔 밝은 햇살만 가득합니다. 어디선가 고양이가 메~용 메~용 하고 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 서지선 : 경남 산청 출생. 2005년 제1회 5.18 어린이문학상 수상. 2007년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선정. 장편동화『도둑』. 콩세알어린이문학회 회원
* 특정단어가 올라가지 않아 '봉다리'로 수정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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