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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또새
이봉환
목포 2호 광장에서 3호 광장으로 떼지어가는 가로수 이팝나무 올 봄 그 꽃 허천났다. 배가 고파 눈이 뒤집혀본 적이 없는 자동차들은 나무가 고봉밥을 가득가득 퍼 담았어도 한술 뜨려하지 않는다. 헤드라이트 두 눈 부릅뜨고 앞만 보고 달린다. 대형마트 가면 먹을 것 넘쳐나고, 신용카드로 긁기만 하면 쓱쓱 만사가 형통되는 세상. 술 한 잔 하느라 새벽까지 깨었는데, 소쩍새가 운다. 홋쩍, 홋쩍, 솥이 적다고는 울지 않는다.
별 이상한 쥐새끼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오늘 술자리가 발칵 뒤집혔다. 놈은 쥐의 일반적 생리를 다 갖춘 것은 물론 모든 쥐를 능가하는, 무모한 배짱까지 장착한 일종의 신종 쥐대포가 아니겠냐는정밀 진단도 나왔다. 더구나 세상에는 먹을 것 너무 많아 한갓 쥐눈이콩을 거두어들일 야생의 냇둑도 필요도 없거니와,곡물을 쏠 수고조차도 필요 없는 배부른 쥐의 패거리들이 창고를 박차고 강으로, 강으로 시멘트포대를 갉으러 몰려든다는 소문. 이 신종 쥐를 사람들은 ‘이엠병’ 또는 ‘2MB’으로 어르다가 요즘엔 ‘쥐박이’, ‘쥐눈이’라고도 힐난한다.
새의 울음이 하도나 낭랑해서, 세상이 같잖지도 않아서 잠이 안 온다. 얼씨구나 헌데 소쩍새가 또 운다. 개쫒또- 개쫒또- 하고 저 혼자세상을 비웃던 새는, 쥐새끼가 밤말 엿듣는다 여겼는지 훌, 저쪽으로 날아가서는 조또- 조또- 하고 소리를 조금 낮춰 한참을, 또 제 맛에 빠져 논다. 배고프지는 않지만 좆같기는 한 세상, 조또새가 자지 않고 그 세상을 갖고 논다.
이봉환
1988년 『녹두꽃』에 「해창만 물바다」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조선의 아이들은 푸르다』, 『해창만 물바다』, 『내 안에 쓰러진 억새꽃 하나』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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