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2421 제목 [시] 제26회/조원진 - 고모님 시집가던 날 이름 관리자 오늘의 시 제26회   고모님 시집가던 날   조 원 진   마당 가득하던 볏가리가 치워지고 콩 타작 마저 끝낸 며칠 후 고모의 잔치는 전 날부터 분주했다 툇마루 옆 작은 마당가에 까맣게 길든 전철(煎鐵)이 걸리고 지짐질 냄새는 종일 고샅을 메웠다 숙모는 무거운 콩나물시루를 이고 오시고 어떤 이는 짚 꾸러미로 엮은 달걀을 몇 줄 들고 왔다 수북하게 장작 짐을 지고 와서 부엌 나뭇간에 부리는 이도 있었다 큰 마당에 높게 친 차일 아래선 댓잎에 마주 걸린 청실 홍실이 수줍고 바쁘게 오가는 소반 위에 하얀 틀국수가 피워 낸 실고추 고명이 고모의 반짇고리에 담긴 수실처럼 고왔다 이튿날 내 상고머리 쓰다듬으며 고모는 젖은 눈으로 대절택시에 올라 신작로 먼지 속으로 아득히 멀어져갔다 나는 헛간 기둥 뒤에 오래 숨어서 두 눈 꼭 감고 혼자 술래가 되었다가 마당가 식은 재를 헤집어 보기도 하고, 고모가 저녁마다 보리쌀 닦던 두레박 우물가를 돌아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 사나흘을 입맛을 잃고는 앓아 눕기도 했다 그런 후에도 나는 자주 동구 밖을 서성이며 말수가 적은 아이로 나이를 먹어갔다   조 원 진(시인) --------------   민족문학작가회의 충북지회 회원. 1956년 보은 출생. 2000년 [동양일보] 신인문 학상 당선. 보은문학회 회장. 처음 올린 날: 2001년 12월 17일(월)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59 시   제39회/ 문영균-개간지 관리자 2002.04.20. 2605 58 에세이   제20회/ 이명랑-엄마의 첫 크리스마스 관리자 2002.04.20. 4071 57 시   제38회/김영언-수족관 우럭의 꿈 관리자 2002.04.07. 2828 56 에세이   제19회/박남원-내 마음속의 가을운동회 관리자 2002.04.07. 4265 55 에세이   제18회/박래녀-뉴스를 탄 멧돼지 소동 관리자 2002.04.07. 4125 54 시   제37회/배재경 - 사과가 서걱서걱 익어가는 밤 관리자 2002.03.21. 2845 53 시   제36회/오정환 - 바다 관리자 2002.03.14. 2747 52 시   제35회/함순례 - 겨울, 외기러기 관리자 2002.03.14. 2575 51 시   제34회/송호필 - 오래된 집 관리자 2002.03.04. 2640 50 에세이   제17회/박래녀-예쁜이 이야기 관리자 2002.03.02. 3902 49 에세이   제16회/맹문재-고향 관리자 2002.03.02. 3873 48 시   제33회/손세실리아 - 인사동 밭벼 관리자 2002.02.25. 2624 47 시   제32회/정종환 - 손톱 관리자 2002.02.25. 2464 46 시   제31회/강영환 - 틈 관리자 2002.02.08. 2591 45 에세이   제15회/유경숙 - 보길도에서 취하다 관리자 2002.02.08. 3588 44 에세이   제14회/ 김기홍 -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다 관리자 2002.01.21. 3124 43 에세이   제13회/고영직 - 누가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가 관리자 2002.01.21. 2749 42 시   제30회/ 류정환 - 아까시나무의 추억 관리자 2002.01.21. 2453 41 시   제29회/고증식-낚싯줄을 풀며 관리자 2002.01.10. 2236 40 시   제28회/이철산-회귀 관리자 2002.01.10. 2530 39 시   제27회/ 관리자 2002.01.10. 2249 38 에세이   제12회/정일근 - 처음의 아름다움 관리자 2001.12.26. 3275 시   제26회/조원진 - 고모님 시집가던 날 관리자 2001.12.24. 2422 36 시   제25회/이언빈 - 매미는 잠 속에 터널을 뚫는다 관리자 2001.12.16. 2701 35 시   제24회/ 김은경 - 안부(눈오는 날) 관리자 2001.12.10. 2538 [이전 10개]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