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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원추리꽃
도종환
한 시간 넘게 이깔나무 숲 사이를 달려
삼지연으로 가다가
인민군 병사들을 만났다
국방색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길 양쪽으로 길게 줄지어 걸어오고 있었다
대열 맨 앞에 붉은 기를 어깨에 멘
병사가 있고
그 옆에 지휘관인 듯한 군인이
손바닥을 들어 천천히 가라고
수신호를 하는 게 보였다
먼지가 이는 비포장 흙길을
느린 속도로 바꾸어 천천히
인민군 병사들 사이를 빠져나가다
나는 보았다 열일곱 여덟 살쯤 되었을까
그들의 앳된 얼굴과
맨 뒤에 뒤처졌다 달려오는
어린 병사의 손에 들린
원추리꽃 세 송이를
방금 꺾은
계급장보다 더 짙은 빛깔의 꽃을
도종환 1954년 충북 청주 출생. 1984년 『분단시대』로 등단.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 『접시꽃 당신』 『부드러운 직선』 『슬픔의 뿌리』 등. 신동엽창작기금, 민족예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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