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붕붕 파리떼
-너희들이 정치를 아느냐
배재경
햇살 고요한 고을로 갑자기 파리떼 몰려든다
영문을 모르는 畵棟들은 그래도 손님이라고 살웃음으로 반긴다.
어디선가 마부가 나타나 마구 채칙을 해댄다
파리떼, 더욱 날쌔게 붕붕 거리며
마을을 뒤집는다
앞집에서는 제초제를 뿌리고
뒷집에서는 에어졸을 살포하고
건너집 아비는 목이 긴 파리채를 휘두르며
“새끼들-” “새끼들-” 입을 허문다
밤이 밀려가고 밀려오고
해가 그려졌다 지워지고
달도 별도 심드렁히 머물다 가버리고
어느새 파리들은 아이들의 동무가 되어
얼굴 가득 엉겨붙어 같이 뛰어다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100년이 가고
畵棟이 청년이 되고 어른이 되고 할아비가 되어도
붕붕 파리떼, 차마 떠나지 못하고 머뭇머뭇 제 영역을 사수한다
한국의 아름다운 美, 저 우아한 黨同伐異의 모습들
붕붕 파리떼, 오늘도 여의도 밤하늘을 유영하며
새 畵棟의 얼굴을 찾아 붕붕 난리질을 해댄다
배재경 1966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문학지평>과 <시와사상>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지냈으며 시집으로 [절망은 빵처럼 부풀고]가 있다.
|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