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다시 미뤄진 노벨문학상

지난 7일 저녁 아내와 함께 걷기 운동을 할 때 대전일보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이 수상할 것으로 예상해 여러 문인들의 반응을 취합하는 전화였다.

노벨상을 생각하면 늘 일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올해도 두 명이 화학상을 받았다. 도합 1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하게 되었다. 이중에는 문학상 수상자도 두 명이나 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평화상 수상 하나뿐이다.

노벨상 수상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의 영예라는 측면도 강하다. 그리고 노벨상 중에서도 문학상은 하이라이트이다. 일본이 두 명이나 화학상을 받은 올해 우리나라에서 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면 더더욱 상쾌하고 흐뭇한 일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고은 시인이 수상을 했다면 여러 가지 의미가 조명될 터였다. 그의 문학 업적과 함께 생애 또한 노벨문학상의 기본정신과 가치에 잘 부합한다. 그의 생애는 민주화운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민족의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실제적 행동 쪽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양상을 보이고, 평화통일을 추구하는 일에도 유형무형의 제약이 가해지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그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민주세력에게는 더욱 큰 위안이 되고, 진보적 가치관을 가진 문인들을 고무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이유들로 나는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바라며, 대전일보 기자에게 기쁨과 희망의 소회를 밝힐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가 노벨문학상 수상국이 되는 것은 다시 미뤄지게 되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도 수상 소식이 전해지게 되겠지만, 고은 시인이 유력하다는 외신들의 보도 때문에 마음이 들떴던 만큼 허탈함이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대전일보 기자와 통화를 하고 났을 때 아내가 재미있는 말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리라는 예상이 나돌 때 스웨덴에까지 가서 김대중 대통령이 상을 받지 못하도록 로비를 했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가만히 있었던 모양이죠?”

그 말에 나는 이런 대꾸를 했다.

“그거야 모르지, 일본인들은 자국 사람이 노벨상을 타도록 로비를 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반대 로비를 하니까 이번에도 같은 로비를 했을지….”

그런 괴상한 로비가 이번에는 통해서 고은 시인이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하게 된 건 아니겠지만, 노벨상 100년 역사상 자국 사람이 노벨상을 타지 못하도록 로비를 한 예는 우리 한국이 유일하다는 그 ‘기록’은 노벨상과 함께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7일치 <대전일보> 문화면 칼럼 ‘한밭춘추’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