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세습도 우리 민족의 특성인가
                    

                                                            

가진 것이라곤 현재 살고 있는 시골 32평 아파트 달랑 한 채뿐인 주제에 상속이니 세습이니 따위를 가지고 글을 쓰려니 쑥스럽고 남우세스러울 것 같다. 일찍이 아이들에게 명토박아둔 말이 있다. 공부시켜 주는 것으로 끝,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 그리 알아라. 물질 대신 실생활에는 별로 필요치 않은 것이지만 ‘정신’과 ‘신앙’을 물려줄 테니 원망하지 말고 저 궁극의 목적을 향하여 올곧게 잘 살아라. 목에 힘을 주긴 했지만 좀 미안하긴 하다.

재산을 많이 쌓고 그 재산을 고스란히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친구들을 보면 괜히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열등감도 생긴다. 부모가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부모 노릇을 잘한 것일 수도 있다. 재산 상속은 동서고금의 전통이고 관습이며 인지상정이니 그것을 무조건 폄하할 수는 없다.

그런데 재산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식에게 물려주고픈 욕망이 큰 것 같다. ‘유한양행’ 같은 예외도 있지만, 어느 정도 부(富)의 성채를 이룬 사람들은 반드시 2세에게 그 성채를 물려주려 하고, 상속세를 적게 물려는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한국 제일의 재벌 ‘삼성’도 그 일에는 체면을 가리지 않는다.

재벌이 그 왕국을 2세에게 물려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연지사이고 불문율 같은 것이니 그걸 가지고 시비할 수는 없다.

그런데 기업이나 재산이 아닌 것을 사유화하여 굳이 2세에게 물려준 사례들이 있다. 한국의 대형 교회들 중 상당수가 세습되었거나 세습되고 있음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어쩌면 교회가 기업화되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우리 민족은 세습에 대한 애착이나 집착이 유달리 강한 민족이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최근에는 통일교의 문선명 교주도 그 국제적인 성채를 2세들에게 물려줄 준비를 착착 진행해 가고 있는 것으로 들린다.

이런 판국에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3남 김정은에게로 권력이 세습되고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표방하고 있는 나라가 완전히 왕국 꼴이다. 세계에 유례없는 그 이상한 일도 우리 민족의 특성 때문에 가능한 게 아닌가 싶다.

북한의 권력 세습과 남한 대형 교회들, 통일교의 세습 사이에는 우리 민족의 독특성과 관련하여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의 3대에 걸친 권력 세습을 비판적으로 대서특필하는 한국의 언론들 중 일부 보수언론들은 세습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사회의 공기(公器)라는 차원에서는 그쪽의 세습 또한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이쪽저쪽의 그 모든 세습들을 우리 민족의 특이 습성과 연관 지어 우려하고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나뿐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7일치 대전일보 문화면 칼럼 ‘한밭춘추’ 난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