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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소설가 김남일입니다. 198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개편대회를 준비할 무렵만 해도 가장 나이어린 심부름꾼 중 한 명이었는데, 어느덧 훌쩍 25년 세월이 흘러 1,700여 명 회원 앞에 사무총장으로서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지난 시절을 돌아볼 여유도 없이, 새삼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무엇보다 전임 최일남 이사장님, 도종환 사무총장 체제가 이루어낸 업적에 누를 끼칠까 두렵습니다. 원로의 ‘작은 거인’ 최 이사장님은 물론이시고, 특히 도종환 시인은 개인적으로 힘든 여건에서도 기꺼이 사무총장으로서 임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큰 빚 없이 많은 회원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작가회의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작가회의의 위상과 정체성, 회원들의 단합, 그리고 재정 문제에 이르기까지 도 사무총장의 섬세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입니다. 제가 차마 내빼지 못하고 능력에 버거운 일을 맡게 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최 이사장님, 도 사무총장과 이재웅 사무처장, 박혜영, 이시내 사무처 간사, 그리고 전임 집행부 여러분 모두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 지난 2월 20일 제23차 정기총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어, 신임 이사장단을 구성했습니다.
* 이사장 : 구중서
* 부이사장 : 최원식, 이은봉, 도종환, 나종영, 노경실
총회 사상 가장 많은 2백여 명의 회원이 참석하였는바, 이는 최근의 굴욕적 확인서 제출 요구 사태와 관련하여 회원들의 관심과 분노가 얼마나 높은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 특히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결의했습니다.
* 문화예술위원회의 사과 여부와 상관없이 2010년도 보조금 수령을 거부한다.
* 현 정권의 잘못된 문화정책이 개선될 때까지 이른바 ‘저항의 글쓰기운동’을 전개한다.
총회 현장에서는 미리 준비한 ‘저항의 글쓰기운동’ 참여 서명용지에 시간 관계상 먼저 돌아간 회원들을 제외하고 거의 전원(156명)이 서명했습니다. 이제 부득이 총회에 참석하지 못한 회원들도 별도로 보내드리는 서명용지를 참고하시어 기꺼이 함께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서명 작업이 어느 정도 완료되는 대로 ‘저항의 글쓰기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나갈 예정입니다.
* 서명은 전화(02-313-1486)나 이메일(minjak1118@hanmail.net)로 해 주시면 됩니다.
특별한 형식은 없고, 성함(분과) 저항의 글쓰기에 대한 의견 순으로 적어주시면 됩니다.
○ 신임 사무총장으로서 총회 직후 몇 가지 일을 서둘러 처리해야 했습니다. 급한 대로 우선 아래와 같은 점들만 보고 드립니다.
* 첫째, 함께 일할 각 분과, 위원회의 집행부를 구성했습니다.(추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공개)
사무처에서는 연부역강한 김근 시인이 사무처장으로 저와 함께 일하게 되었습니다.
* 둘째, 총회 결의 사항 중 하나인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체계적이고도 효과적으로 꾸려가기 위해 비상대책위(위원장 : 도종환 신임 부이사장)를 구성했습니다.(홈페이지에 연결된 별도 블로그 http://blog.daum.net/writers1974 “좋은 언어로 세상을 채우자” 참고)
* 셋째, 작가편집위원회는 기관지 [내일을 여는 작가] 2010년 봄호(통권 58호)를 정간하기로 결정하고, 최두석 주간을 포함하여 편집위원 전원이 사임했습니다.(2월 26일자 홈페이지 공지사항 참고) 이에 따라 신임 편집위원회 구성은 물론, [내일을 여는 작가]를 현재와 같은 형태로 계속 발간할 것인지 여부까지 포함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특히 회원들의 옥고를 모아 잡지를 발간하던 편집위원회가 정간을 결의하고 전원 사퇴한 것은 매우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책임을 맡은 편집위원회 위원들의 심정은 굳이 말할 나위도 없을 것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최두석 편집주간과 편집위원들께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합니다.
미처 업무 파악도 제대로 하기 전에 여러 비중 있는 일들을 처리해야 했기에 개인적으로 조금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구중서 이사장님과 여러 회원들의 뜻을 물어 하나하나 잘 대응해 나가도록 애쓰겠습니다.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권력의 치졸하면서도 터무니없는 정책에 맞서 당당히 싸워나가는 일입니다. 이미 사태는 문화예술위원회의 차원을 넘어섰습니다. 최장수 재임 기록을 세운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은 기획예산처와 국회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어디가 되었든, 우리의 요구사항은 정당하고 또 분명합니다. 입에 발린 사과 따위는 단호히 거부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무시한 잘못된 문화정책을 폐지 혹은 개선할 것, 이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마지막으로 회원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부탁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가 정부의 보조금을 거부하는 처지에서 이미 많은 회원들이 물질적 정신적 격려를 전해왔습니다. 익명의 한 원로 회원이 올해 배정되었던 3,400만 원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술에 담배에 밤샘 토론과 글쓰기에 지친 우리의 건강을 늘 곁에서 지켜봐 주시던 한 내과의사 선생님이 1천만 원을 쾌척하시고, 한 시인과 한 소설가 회원이 각기 2백만 원을 특별회비로 내주시는 등 안팎으로 성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회원 여러분의 격려 말씀과 CMS 납부 방식 문의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는 우리 힘으로 힘든 세월을 견뎌내야 합니다. 형편이 어렵고 번거롭더라도 가능하면 CMS를 통해 회비(이사 1개월 2만 5천원, 회원 1만원)를 납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문의: 사무처 박혜영 간사 02-313-1486~7)
이제 봄입니다.
어수선했던 겨울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적당한 계절입니다.
앞으로 회원 여러분의 아낌없는 격려와 기탄없는 질책을 기대하며, 긴 글 마치겠습니다.
두루 건강하시고 문운이 깃드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3월 5일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 김남일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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