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내일을 여는 작가』 신인상 심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응모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 시 부문 당선자 - 최옥자
■ 소설 부문 당선자 - 신윤아


■ 시 부문 당선소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은 어머니였다.
시 쓰며 살고 싶다는 설익은 내 갈망을
무던히 견뎌주셨던 어머니
사랑한다는 것과
시를 쓴다는 것은
무엇에서든 버티는 것에서부터 시작일 것이다.

시는 내게 사과꽃 그 하이얀 향기 찾아가는 길, 그 길목에서 만나는 작고 여린 것에서 눈을 떼지 않겠다. 아픈 눈빛 외면하지 않는 마음으로 생을 버텨내겠다.

감사드려할 분들이 너무 많다. 묵묵히 지켜봐준 민영, 민지 그리고 내 시의 뿌리인 풀밭에 고마움 전한다. 아직 부족하다. 많이 고민 했을 심사위원께 죄송하며 감사할 따름이다.


■ 시 부문 심사평

이번 신인상 시 부문 응모자는 120여 명에 달했다. 응모작의 전반적인 경향은 제 나름대로 개성적인 어법과 섬세한 표현감각을 지니고는 있으나, 너무 말이 많고 사변적이어서 마치 소설의 한 대목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그만큼 복잡다단하고 최근의 시적 경향 또한 이를 부추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시와 삶의 진정성이 배제된 이러한 흐름은 혼란만 부추길 뿐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러는 중에서도 본심에 오른 고은희, 최옥자, 김혜숙, 안병호, 서근희, 안정윤, 윤범일의 시들은 기성시인들과는 다른 자기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가령, 최옥자의 「그물」, 고은희의 「맨발의 표정」, 김혜숙의 「소리집 풍경」, 안병호의 「뼈」, 서근희의 「茶飯事」, 안정윤의 「툰드라 산 19번지」, 윤범일의 「호떡주의자에게」 등은 대상을 형상화하는 솜씨와 신선한 표현이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러나 안병호의 경우 가족사나 가난의 소재를 다루되 너무 길다는 점에서, 윤범일의 경우 표현의 묘미에만 주력할 뿐 주제의식이 뚜렷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먼저 제외되었다. 남은 세 사람의 시들은 막상막하여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주로 생태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김혜숙은 “주인이 없어 지나가는 햇볕이 문을 열어주던 트라이앵글 꽃밭”(「트라이앵글 꽃밭」) 같은 빛나는 표현감각과 “붉고 뜨거운 불의 핏물을 다 빼내야 소리의 집이 된다는데”(「소리의 집」) 같은 대상에 대한 깊이를 겸비하고 있다. 그러나 다소 주관적이고 불명확한 진술이 마음에 걸렸다. 주로 태생지인 강원도에서의 자기 체험적 요소를 시적 소재로 끌어들이고 있는 고은희는 짧고 군더더기가 없으며 단호한 어법을 거느린 독특한 문체, 비극적인 서사를 잘 갈무리한 솜씨 등 이번 응모자 중에서 솔직히 가장 발군이었다. 그래서 끝까지 심사위원들과 격론을 벌였다. 다만, 「꽝꽝나무 아버지」 같은 경우 너무 긴 가족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려다 보니 다소 주관적 표현 위주인데다가 구체성이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아쉽지만 고은희의 시적 가능성에 계속 주목하기로 하였음을 밝힌다. 당선자로 뽑은 최옥자의 시들은 주로 모성애를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데, 섬세한 관찰력과 묘사력 그리고 주제의식이 명확한 게 특장이다. 게다가 언어의 운용이 뛰어나고 「게거미의 7월」처럼 표현의 재미까지 곁들이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의 생활체험을 시적 진정성의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그러나 시적 완결성 차원에서 아직 미숙한 점도 있음을 아울러 밝힌다. 부디 당선에 취해 자만하지 말고 「팰릿」의 새처럼 좋은 시를 부지런히 토해내어 주목 받는 시인이 되길 바란다.

<심사위원 : 최두석, 김선태(글), 공광규, 고영>



■ 소설 부문 당선소감

“기다리면 지는 거다!”
12월 중순,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덜컥할 무렵 절대 안 기다리는 척, 끝까지 담담한 척 새로운 습작을 썼다. 최근 1년 사이에 한 일 중 가장 똘똘한 짓이었다. 그것이, 봄꽃 푸진 이 때 이름 하나를 내게 붙여 주었다. “내일을 여는 작가” - 감히 받아도 되는지 떨리고 두려운, 결국 ‘고맙습니다’ 다섯 글자만 또렷해지는.

희망, 용기, 격려! 지금 꼭 필요한 것을 주신 ‘내일을 여는 작가’와 이현수, 노경실, 정은경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천을귀인’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일종의 수호천사다. 세 분의 이름이 꽃 같고, 천을귀인 같다.

나의 스승 당대 최고 매력남 조동선 선생님, 뭣도 모르고 들어간 소설창작 수업 첫 시간, 그 충만한 패기에 반해 3년을 쫓아다녔다. 오래오래 그렇게 강건하실 거라 믿는다. 내 가족 - 근사한 나의 이(李)씨들, 보고픈 나의 신(辛)씨들, 대하 서사문학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와 함께 얼마간은 웃고 싶다.

뜨거운 비판자, 애증의 경쟁자들인 화요일의 문우들! 고맙다 사랑한다! 살가운 격려로 힘을 주는 정운균, 손현주, 전윤희 선배 작가들, 내 마음의 재간동이 조영희, 김형수 문우, 그리고, 난데없이 귀한 꿈을 꾸어준 이경, 서은아 두 선배 작가에게 각별한 고마움을 전한다.

새벽 3시, 어느 라디오 방송의 마지막 주문은 항상 이렇다. “살아남으세요.”
책을 집어든 그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는(^^) 소설로 오늘을 보답하고 싶다.


■ 소설 부문 심사평

예심을 통과한 작품은 총 11편이다. 홍광기의 「월광」, 윤여경의 「미시적 세계」, 이승현의 「환희의 송가」, 정수아의 「익명감독의 별들」, 신윤아의 「가늘고 뾰족한」과 「스타 스팽글드 배너」 그리고 박재화의 「황금 코끼리」와 네 편의 작품(지면 관계상 이하 제목 생략)들이다.

이번에도 박재화 씨의 작품 다섯 편이 나란히 예심을 통과했다. 다섯 편 모두 점수도 엇비슷하다. 그러나 최종심에 올라가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번에 이어 또 한 번 쓴 소리를 하고 넘어가야겠다. 한 해 단편 다섯 편 쓰는 공력을 한 편에 집중해서 기울였으면 어땠을까? 작품 편차가 심하지 않다는 것은, 이 분이 8부 능선까지 올라왔다는 의미다. 할딱고개 하나만 남겨 두고 번번이 포기 하는 것 같아 심사하는 사람으로서 몹시 안타깝다.

최종심에서는 홍광기 씨와 신윤아 씨가 집중적으로 거론되었다. 「월광」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다만 홍광기 씨의 빛나는 재기가, 가벼움을 불러오는 정도의 단순한 재기로 그친다는 데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홍광기 씨의 소설 뒷부분이 많이 아쉽다. 신윤아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정하는 데는 다들 이견이 없었다. 소설을 풀어가는 데 있어서 미숙한 점이 몇 군데 눈에 띄지만 소재 장악 능력이나 문장의 안정감, 신윤아 씨만이 가진 개성에 높은 점수를 주기로 했다. 문제는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하느냐였다. 나는 보다 안정적인 「스타 스팽글드 배너」를 밀었고, 정은경 씨는 실험적인 「가늘고 뾰족한」을 밀었다. 설왕설래, 한참을 끌다 「가늘고 뾰족한」을 당선작으로 채택했다. 1대 2로 「가늘고 뾰족한｣이 한 표 더 받았다. 당선자에게 축하 인사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응모자들은 소설 제목에도 신경 쓰기 바란다. 제목은 작품의 얼굴이고 간판이다. 여러분들이 공들여 쓴 소설의 문을 여는 첫 관문이자 소설을 마무리하는 마침표이기도 하다. 소설에 있어서 제목은 그처럼 중요하다. 그런데도 많은 분들이 이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심사위원 : 이현수(글), 정은경, 노경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