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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현실에서 뜻 있는 지식인과 민중이 자못 심각하게 고뇌해야 할 의제는 제도정치 세력의 풍향과 무관하게, 참으로 인간다우면서도 순환적 삶의 지속을 가능케 하는 자립과 자치의 모델을 건설하려는 지적 사유와 협동의 태도다. 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해 중동과 이스라엘의 갈등은 후기 제국주의가 초래한 비극의 연장이다.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던 영국이 철수한 후, 1947년 유엔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건국을 승인했지만, 중동전이 끝나고 이스라엘은 건국되고 팔레스타인은 난민화했다. 시오니즘에 기반한 유대국가의 건설 및 구미의 지원 그리고 실질적으로 영토와 주권을 점유하고 있었던 팔레스타인의 난민화가 현재의 가자 침공과 같은 비극의 뇌관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영토를 둘러싼 이 항구적인 전쟁의 근원적 기초는 제국주의의 부정적 유산임이 분명하지만, 전쟁의 실질적인 고통은 팔레스타인 민중이 죄다 떠안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팔레스타인 민중의 입장에서 가령 온건노선을 취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주축인 파타당과 민중의 고통에는 아랑곳없이 이스라엘과 원리주의적 무력투쟁을 벌이고 있는 하마스 세력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런 발언이 조심스럽지만, 팔레스타인 민중의 입장에서는 부패한 파타당도, 이슬람 원리주의에 근거해 자살 폭탄 공격을 감행하는 하마스에 대한 평가도 전면적으로 긍정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물론 이스라엘에 대한 증오는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본다면 팔레스타인의 풀뿌리 민중의 입장에서는 '삼중의 부정'으로 오늘의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민중이 처해 있는 고통은 이렇게 중층적이며 가혹하다.
팔레스타인 민중의 입장에서 유일하게 긍정할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그것은 민족과 국가와 무관하게 그들의 자립과 자치를 가능케 할 수 있는 공동체의 건설이다. 이것은 오늘의 시오니즘에 근거한 이스라엘의 국가주의에 저항하는 이스라엘 민중 역시 마찬가지다. 후기 제국주의 시기에 성립된 국가주의와 민족주의의 프레임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해법을 도출해내기는 어렵다.
'유일한 긍정'으로서 민중의 자립과 자치의 공동체를 어떻게 국가와 민족, 그리고 자본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나 건설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사실 오늘의 지구인들이 공통적으로 매우 심각하게 고민을 진척시켜 나가야 할 문제다. 그것은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이명박 정부가 속도전을 내고 있는 애국주의적 광기도 커다란 문제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등 제도정치권이 풀뿌리 민중의 우군인가 하면,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은 민중을 방치한다.
따라서 오늘의 현실에서 뜻 있는 지식인과 민중이 자못 심각하게 고뇌해야 할 의제는 제도정치 세력의 풍향과 무관하게, 참으로 인간다우면서도 순환적 삶의 지속을 가능케 하는 자립과 자치의 모델을 건설하려는 지적 사유와 협동의 태도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근원적 기초인 민본(民本)적 삶의 양식을 실험하고 재구성하는 일에 우리의 지적 사유를 투입해야 한다. 유일한 긍정을 가능케 할 행동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런 전환의 시선이 있다면 미래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09. 1. 28 문학평론가·문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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