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작품 전체 시 소설 아동문학 에세이 북한문학 은수저 조회 525 제목 [시] 천국의 마스크 외 1편 이름 나정욱 [출처] http://www.poetnews.kr/13460 천국의 마스크   1. 지옥을 가리려고 마스크를 썼다 죽어도 벗을 수 없는 마스크는 지옥의 마스크이다 지옥에서 일하다 마스크를 쓴 채 우리는 지옥에 빨려 들어간다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2. 사람들은 가끔씩 천국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마스크를 벗는다 마스크를 벗고 무얼 하든지 간에 사람들은 가끔씩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데, 그때 나는 천국을 본다 사람들의 노동으로 얼룩진 손바닥 사이로 천국의 모습이 살짝 보이는데, 사람들은 미소라 하겠지만 나는 천국이라 말한다 그때는 지옥의 사자 같은 하얀 이빨도 내겐 천사로 보이는 것이다   3. 새벽에 일어나 지옥을 생각했다 지옥은 있어왔고 지금도 있다 가난이 지옥에 들어가는 입구라 생각된다 그러나 가난하다고 하여 모두 지옥에 사는 것은 아닌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는 가난하면 모두 지옥에 사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한 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자로 살고 있는 부자들은 어떤가 천국에 살고 있는가 사람이 어떻게 천국에 살 수 있는가 더더구나 지옥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에 그래서 나는 빈자나 부자를 떠나서 품격을 생각해 내었다 언어의 품격을 지닌 자가 시인이다 언어의 품격을 지닌 자가 진짜 부자이다 일제 시대에 『지옥순례』를 쓴 작가가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시대가 지옥 같다면 이것은 정치인을 모독하는 것인가 경제인을 모욕하는 것인가 나는 품격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다 병원에 가면 병에 의해 인간의 품격이 말이 안 되게 떨어진다 병 때문에 그렇다면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건 돈하고 아무 상관 없는 인간의 품격과 관련된 말이다 국가의 품격을 말하고 싶다 국가라면 빈부귀천을 떠나 모든 국민을 평등하게 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그게 국가의 품격이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품격을 공교육을 통해 가르쳐야 되지 않는가 나는 지금 인간의 품격을 말하고 있다 부자는 부를 얻으면 인간의 고귀한 정신적 가치를 잃기 쉬워 "부자가 천국에 들기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기보다 어럽다."라고 말한다 빈자는 가난하게 살면서 인간의 품위와 품격을 잃기 쉬워 "가난이 웬수"라고들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지옥을 생각한다   늙으면 죽어야지 가난이 원수지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간의 품격을 생각한다 종교와 사상의 품격을 생각한다 국가와 병원의 품격을 생각한다 정치인과 의사와 간호사와 교사와 법조인과 그리고 시인의 품격을 생각한다   시장의 품격을 생각한다 시장 바닥을 헤매고 다닐 자본이라는 돈의 품위를 생각한다 돈 벌기 위해 나보다 더 일찍 새벽에 일어나 장사하시는 분들의 품격을 생각한다 그분들이 가게에 내건 그 상호의 품격을 생각한다 그 가게의 품격을 생각한다   우리는 인간인가 인간의 얼굴은 어디에 있는가 울지만 말고 답을 해 주세요 웃지만 말고 냉소적으로 비웃지 말고 대답해 주세요   나는 시인입니다 시인은 언어의 품격으로 말합니다   나는 내게 묻습니다 도대체,   "지옥에서 시를 왜 쓰십니까.“   4.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단지 자본이 없는 인간이다 자본을 지닌 인간들은 자본이 없다는 이유로 우리를 기계 취급한다 기계에 빨려 들어가 죽으면 그것도 자본으로 처리한다 기계에 빨려 들어간 우리의 영혼은 자본에 빨린 것이다 자본에 팔린 우리의 영혼을 먹고 기계인간들은 호의호식한다 천국이 그들의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옥에 살고 있다         편집된 인생     얼마나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보았던가 그리고 얼마나 많이 편집된 아름다움에 감동했던가 그렇게 편집된 세계에 평생을 살아왔으니 나는 평생이 편집된 인생이었다 앞으로 남은 인생도 개선될 여지가 없으니 이렇게 살아온 인생, 이것도 행복이라고 말해야 할까 만약, 이걸 부정하거나 거부하거나 인생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가는 통편집되어 잘려 나가는 아픔을 겪어야 하는데, 과연 나는 그렇게 편집된 아픔과 연출된 고통을 겪어도 견딜 수 있는 현대인의 멘탈을 지니고 있을까         ※ 나 욱(본명: 나정욱) 시인   1990년 <한민족문학> 창간호에 「실습시간」외 2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상상인』 제4호(2022년 여름호)에 「비의 아버지」, 2022년 『모던포엠』 10월호에 「미역의 시간들」, 「창작과 비둘기」를 발표함. 시집으로 『며칠 전에 써 두었던 내 문장에서 힘을 얻는다』, 『눈물 너머에 시(詩)의 바다가 있다』, 『라푼젤 젤리점에서의 아내와의 대화』가 있음. 한국작가회의, 울산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 로그인 하신 후에 의견을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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