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론論
이상인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한 마리의 사슴을 뒤쫓고 있었다.
아니 태어나기 전부터 쫓아왔을 것이다.
왕관의 뿔을 쓴 사슴을 안으면
내세엔 반드시 왕이 된다는 전설에 따라
강둑 갈대숲을 헤치고
야산지대, 크고 작은 잡목 숲을 지나
댕기머리 같은 은빛 호수에 닿았을 때
그는 스스럼없이 멈칫거리는 사슴을 향해
그의 날카로운 생을 날렸다.
드디어 사슴은 그에게 폴짝 뛰어들었고
가슴 속에 갈비뼈처럼 박혔다.
그때부터 그는 쫓기는 자가 되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길을 가거나
잠을 자다가도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항상 무슨 생각에 빠져 허둥거렸다.
아내와 자식들도 이웃들도
무엇에 쫓기듯 달아나려고만 했다.
쫓기는 자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몸속 깊숙이 숨어 서성거리고 있는
왕관을 쓴 사슴을 자유롭게 풀어주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이미 깨닫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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