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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 제35회
겨울, 외기러기
함 순 례
한 뼘 햇살 찬바람에 떨며
저무는 해의 꼬리를 물고 있네
잔설은 저녁 예불중이군
검은 목탁소리 흰 눈발 찍으며 내게로 걸어 와
텅빈 겨울 들녘처럼 아득하기만 했던 때
숨 고르듯 그대 찾으면 버르적거리는 사지 다 바쳐
날 공양시켰지, 오랜 잠에서 깨어난 늙은 뱀처럼
그대 뜰 어슬렁거리면 환한 햇살
몸 비벼 석류 붉은 잇몸 드러내곤 했어
지금 또다시 숱한 밤 지새웠을
그대 아픈 비듬, 휠체어 바퀴 울리는
절규에 그저 합장하듯 두 손 모으고 있네
'하얀 바람이 그대에게 말을 걸어오면'*
그리움이 승냥이가 되어 그댈 물어뜯으면
연락 주시게나, 나 이제 어미도 되었으니
밤눈물 너끈히 받아줄 배포도 생겼네
무너지는 밤별 헤이며
소주잔 기울이는 것도 괜찮겠지?
저기 저 외기러기, 또 한 세상으로 흘러가는군.
* 중증 뇌성마비 장애우 김상규·안형근 공저 시집
함순례(시인) --------------
1966년 충북 회인 출생, 1993년『시와 사회』신인상으로 작품활동 시작, <새날>
동인,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대전·충남지회 사무국장
처음 올린 날: 2002년 3월 4일(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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