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작가대회 평화소시집
- 반년간지 <시경> 특집
다시 쓰는 시
손세실리아
평양에 도착하던 날 청탁받은 시를 결국 넘기지 못하고 고려항공에 올랐다 남측시인들은 시 한편 쓰기까지 몇 달 몇 년씩 고민하기도 한다는데 그 말이 사실이냐 묻던 작가동맹 소속 시인이기에 쓰지 못했겠거니 여겨주길 바랐다 일괄지급 받은 남북작가대회 수첩을 펼쳐 그에게 주려다만 시를 읽는다 눈썹도 수염도 모르긴 몰라도 거웃까지 백발일 팔순 시인이 오십 넘은 딸과의 상봉을 찰나에 끝마치고 기약없이 헤어지며 등 돌려 찍어내던 눈물은 어디에도 없다 들쭉술과 두메양귀비꽃 타령에 모국어와 통일문학 어쩌고저쩌고 같잖은 말장난만 빡빡하다 갈피에 낀 단체사진을 본다 학생소년궁전 앞 대리석 돌계단에는 북측사진사의 신김치－를 착실히 따라하는 노시인의 표정이 반쯤은 웃고 반쯤은 울상이다 젖달라 보채는 갓난 여식을 품에 안은 채
손세실리아 1963년 전북 정읍 출생. 2001년 『사람의 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기차를 놓치다』 등.
|
회원작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