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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에서 새벽닭 울음소리를 들어라
김경윤
백두대간 한달음에 달려온 산맥들이
제 목숨의 높이만큼이나 뜨거운 그 숨결을
우리들 발끝에 부려놓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반도의 끝,
들꽃 같은 어머니가 새벽닭 울음소리에 깨어
아침을 여는 그리운 남녘,
여기, 땅끝에 와서
동백꽃 붉은 가슴으로 새날을 맞으며
다시 희망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아
을유년, 이 첫날 아침에 새벽달 울음소릴 들어라
밤과 아침 사이, 절망과 희망 사이
어둠을 뚫고 새벽이 오는 곳,
우리가 서 있는 이곳, 땅끝에서
꿈의 나래를 펄럭이며 오는 아름다운 아침의 나라,
백의민족 단군 조선의 넋들이
우리 안에 깃들어 있음을 느끼나니
이제 절망과 슬픔, 미움과 분노, 헛된 욕망 같은 것들
아, 그런 것들 다 버리고 가자
어머니의 치마폭 같은 남해바다 저 속 깊은 사랑으로
우리 하나 되어 가자.
을유년, 이 첫날 아침에
전쟁과 폭력, 억압과 굶주림의 길고 긴 역사
칡넝쿨처럼 엉클어진 지난 시대의 꿈들
버리고 가자, 꿈결인 듯 바람 소리로 일어나
신새벽 횃대에 올라 힘차게 날개짓하는 새벽닭처럼
흰 갈기를 날리며 먼 바다에서 달려오는 저 푸른 파도처럼
아, 이제 다시 일어나야겠다, 우리
길고 긴 혼몽의 숲에서 일어나
희망의 갈기를 세우고
저 땅끝 햇살처럼 새 날의 꿈을 안고
그리운 어머니의 마을로 달려가야겠다.
그리하여, 전라도 개땅쇠와 경상도 보리문둥이가
얼싸안고 서로 얼굴을 부비고
남해바다에서 잔뼈가 굳은 땅끝 머시매와
백두산 아래서 나물 캐던 가시내가 눈을 맞추며
알몸으로 알몸으로 혼례청에 서서
뜨거운 사랑의 노래를 부르는 꿈,
그런 꿈 한 자락 꾸어보자
강강술래 가앙가앙 수월래
남남북녀가 얼싸안고 춤을 추고
갑남을녀가 손에 손을 잡고
얼러리 상사디야 얼러리 상사디야
희망의 노래를 부르게 하자
굳은 땅을 갈아엎고새 희망의 씨를 뿌리는
오, 찬란한 아침의 나라
황토의 아들아, 딸들아, 아름다운 사람들아
새해 새날이 밝아오는 오늘
을유년, 이 첫날 아침에
여기, 땅끝에서 희망의 새벽닭 울음소릴 들어라
김경윤1957년 해남출생. 1989년 <민족현실과 문학운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아름다운 사람의 마을에서 살고 싶다]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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