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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 최기종
팽나무 그늘 아래서
엄니가 섬 하나 만들어 주었습니다.
새금파리로 동그랗게 금을 그리고
그게 섬이라며
금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당부하고
아랫녘으로 목화 따러 갔습니다.
칙칙한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들고
참매미 소리 따갑게 들리는 섬입니다.
바다가 허옇게 물밀어 왔지만
동그란 금을 넘보지 못했습니다.
금줄도 없고 솟대도 없었지만
백상아리도 물개도 되돌아 갔습니다.
그런데 섬에서의 하루는 너무 길었습니다.
둘레길 빙빙 돌아 보고
흙장난도 하고 땅벌레와 놀아도 보아도
이놈의 해는 중천에서 내려올 줄 몰랐습니다.
너무 심심해서 그냥
바다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엄니는 바다가 위험한 곳이라며
사랑도 떼어놓고 미움만 부채질한다고
절대로 나가지 마라고 당부했지만
바다는 콧노래로
섬이란 것은 언젠가는 넘어야 할 금이라며
청치맛자락 펄럭이며 손짓했습니다.
몸이 답답하고 끼여서
바다로 나가고 싶었습니다.
기다림은 목화솜처럼 가벼웠습니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 지만
언젠가는 벗어나야 할 선이 있어서
나쁜 어린이가 되기로 했습니다.
바다가 와락 덤벼 들었습니다.
바닷물이 눈물나게 하고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그래도 허우적거리며 손짓, 발짓 다했더니
내몸이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저쪽 엄니의 섬이 조그맣게 보였습니다.
고삿길을 지나서 아랫녘으로 헤엄쳐 갔습니다.
목화를 따던 엄니가 하얗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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