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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 최기종
어릴적 아버지는 벽오동을 닮았다.
우리집 울안에 그늘을 드리운 나무
넓죽넓죽한 푸른 손 이파리며
하늘로 우뚝 솟은 큰 키를 보면
저절로 마음이 콩알만해졌다.
아버지, 굵은 팔뚝으로
무쇠솥도 쌀가마니도 번쩍 들어 올리고
툇마루도 돼지막도 엉릉뚱딱 지어내고
어쩌다 번쩍 목마를 태워주실 때는
천정까지 닿아서 오금이 저렸다.
가끔 아버지 없는 집을 그렸다.
아버지, 단단한 가슴을 보면
한밤중이 두렵지 않으면서도
꿈자리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뜨게질에 여념이 없는 어머니
아버지 조금만 뒤척여도 뒤돌아보니
농약치던 아버지가 쓰러지셨다.
농약중독이라고 쌀뜸물 먹이고
토를 내고 어른들 야단이 났을 때
돈 잃었다고 머실 나갔다고
혼내던 아버지가 생각나서
눈물을 쏟았다.
아버지는 하나도 잘못이 없는데
내가 아버지를 저렇게 만들었다고
하늘님께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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