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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께서 쓰신 옹기를 소재로 한 시에는 그냥 단순한 비유적 사고와 표현이 있을 뿐입니다. 반면에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시는 아주 이질적인 것들을 절묘하게 결합하여 의미화한 깊은 유추적사고가 보입니다. 낯설게 하기의 모범이라고 할 만하지요. 옹기를 소재로 한 시 같은 것은 맘만 먹으면 하루에도 10편씩은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님의 지적에 일면 타당한 부분도 있지만 님께서 경향신문의 시와 비슷한 시라고 내놓은 시의 수준이 모자라서 한마디 거듭니다.
님이 쓴 시라고 생각되는 다음의 시를 인용하면서 하나하나 짚어봅시다. 님의 시 한 연을 인용하고 제 의견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글을 쓰겠습니다.
옹기. (-외고산 옹기마을에서)
아마
마음에 없는 - 화려함은 내려놓은 듯
그저 모질게 빚어 일어나는 옹기에게는
어쩌면 자식들 위한 어머니의 굽이진 삶이 피어나는 듯하다.
-일단 시에서 문법적으로 온전한 문장을 쓸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문도 통과되겠지요. 그러나 비문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창작된 비문 즉 몰라서 쓴 비문이 아니라 알고도 일부러 쓴 비문이 시에서 통용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1연의 시의 전체주어 ‘옹기에게는’과 호응하는 서술어 ‘피어나는 듯하다’의 호응이 전혀 이루어 지지 않습니다. 만약 바른 문장으로 바꾼다면 ‘옹기에서는’ 이 적당하겠죠. 굳이 따져보니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아무런 의도도 없는 비문이 시의 격을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모질게 빚어 일어나는’이라는 부분에서 뭐가 일어난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주어를 생략해 버렸군요. ‘마음에 없는’ ‘모질게 빚어’ 이런 관념적 어구들 영 거슬립니다. ‘모질게’라는 단어를 쓰지 않으면서도 모진 분위기를 낼 수 있다면 훌륭한 시가 될 수 있겠죠..
흙손에
다지고 늘어뜨리고,
굽어올리는 허리를 사모지게 휘어 안으며
안으로 안으로 외로 피워 내어 마침내 곱게 오른 어머니그릇.
-아, 이 부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굽어 올리다’ ‘사모지게 휘어 안다’ ‘외로 피워 내다’ 이런 문장들 너무 거슬립니다. 특히 ‘안으로 안으로 외로 피워 낸다’는 말은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무엇을 피워낸다는 것인지.... 만약 옹기를 완성하고 나서 만들어지는 ‘내부의 빈 공간’을 어머니의 ‘무욕(욕심 없음)’과 연결 짓거나, ‘무엇을 받아들이거나 항상 담아 안을 준비된 마음’에 비유한다면 어느 정도 말이 되겠지요.
하루하루
보살피고 사랑하며,
사무치게 사람의 마음을 콱 움켜쥐는
세상 괴로움과 슬픔을 한 몸에 안고 있는 아름다운 어머니.
옹기에게는 어머니의 굽이진 삶이 피어나는 듯하다.
-사무치게 움켜쥔다는 것 역시 관념적입니다. 차라리 움켜쥔 손아귀의 모습을 묘사하는 게 더 독자에게 여운을 주겠지요. ‘괴로움과 슬픔’ 역시 관념적 어휘의 직설적 나열입니다. 직설적으로 말하려면 시를 쓰지 말고 연설문을 쓰는 게 나을 듯. 그리고, 옹기의 어떤 모습이 괴로움과 슬픔에 연결되는지 도저히 알 수 없군요. 차라리 빈집에 버려진 옹기에 빗물이 고여 하늘을 담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는 게 더 낳을 듯합니다. 버려지고 소외된 곳에서도 하늘을 품는 옹기.. 뭐 그런 식으로...
기와집 뒤뜰
햇살 바르게 내리는 곳에
옹기종기 좋은 것 귀한 것 담으시던 어머니.
오늘 따듯한 밥, 구수한 두부찌개가 그리워진다.
-? ? ? ? ?
옹기에게는
구수하게 좋은 우리네 어머니마음이다.
-‘옹기에게는 ~ 어머니 마음이다’ 역시 문장 성분 간의 호응이 이루어지지 않은 비문이군요. 아니면 주어가 중간에 생략되었거나. 문장의 비문여부는 논외로 치고,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를 완전하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의도가 너무 강하게 보입니다. 마치 결론을 내린 듯한 내용이어서 여운이 없는 시가 되었다는 얘기지요...
하여튼 두서없이 빨리 분석 하느라고 좀 결례되는 부분도 없지 않을 줄 압니다. 그러나 굳이 제가 이런 글을 쓴 이유는 님의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혀 보려는 의도입니다. 저는 경향신문과 혹은 경향신문에 당선되신 분과 조금도 관련 없는 작가회의 회원일 뿐입니다. 섣부르게 나선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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