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내면 교류’가 시작된다
[인터뷰] ‘민족작가대회 준비위 남측위’ 집행위원장 김형수



▲ 민족문학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


지난 60년간 끊어져 있던 남북 문학의 오작교를 잇는 작업(?)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민족문학작가회의(이하 작가회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이번 행사를 “문학사적 대(大)사건일 뿐 아니라 남북교류에 있어 내면적 교류가 이뤄지는 첫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남북 교류 행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내면적 교류를 오는 20일(수)부터 25일(월)까지 평양, 묘향산, 백두산 등지에서 개최되는 ‘6.15 공동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에서 보여주겠다는 각오이기도 하다.

김형수 사무총장은 지난 해 중국 길림성 연길시에서 개최된 ‘문익환 목사 방북 15주년 남북 기념토론회’에 참석해 북측대표단을 만나 남북작가대회 개최 합의를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현재 작가회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으며, 이번 ‘민족작가대회 준비위원회 남측위’ 집행위원장으로 대회 준비의 총대를 메고 있다.

다음은 김 사무총장과 일문일답이다.

남북 민족작가대회가 열흘도 채 남지 않았다. 현재 기분이 어떠신지?
빨리 이 고비를 넘겨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다. 너무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은 잘 오지 않는 법이다. 그냥 대회가 잘 개최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지난 해 대회 개최 닷새를 앞두고 남북 정세가 경색되면서 무기한 연기되는 사태에 이르렀었는데, 당시 상황은 어떤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DJ 정권의 대북사업 특검을 수용했는데, 사실 근본적인 핵심은 여기에 있다. 정부가 민족문제에 대한 고민이 적었다고 생각한다. DJ 정부 때 남북의 활로를 열어서 밑그림을 그려놨는데 이것을 안쓰겠다고 포기해버린 선택이었다.

물론 그렇게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것에 대해 북에서 굉장한 저항을 불러온 것 같다. 남측이 민주적인 정부이고 우호적인 태도라는 것에 대해서는 믿음이 있었지만 특검 선택에 있어서 이 정부가 어떻게 갈지 신뢰할 수 없다라는 판단이 든 것이다. 내 생각에 핵심은 그것(특검) 이었고 그런 문제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들어난 사건이 김일성 사망 10주년 조문 불허사건을 비롯해 ‘탈북자 집단 입국 사건’ 등이며, 이것들이 문화적으로 정서적으로 북에게 큰 불신을 안겨줬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 대회는 진행이 되고 있었다. 특히 남측 사회에서 기대를 많이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 통일부에서 많이 도왔다. 그러나 북에서는 남측에 대한 회의가 컸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발언을 한 것이 아니가 싶다. 그 특별한 발언은 바로 “그렇게 나가면 모든 것을 중단하겠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작가대회도 중단됐다. 모든 것을 중단해 놓고 같이 갈 수 있을지 확인 작업을 거친 것이다. 지금까지 두세 차례 확인 작업을 해보고 나서 지난 6.15 5주년 기념행사가 개최되고 이번 우리의 행사도 개최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무회담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말해달라.
실무회담이 3월 사전 실무접촉까지 다 해서 총 10차례 있었다. 사전 실무접촉은 3월이 처음이었고 공식적인 실무접촉이 4월 있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7월 6일(수) 제 9차 실무접촉이 있었다. 9차 실무회담에서는 대회 참가인원 확정하고 부대사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이 대회를 통해서 앞으로 해나갈 일들에 대한 것들이었다.

지난 해 확정한 평양, 묘향산,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그대로지만, 구체적인 것들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대회 자체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통해 그러한 것들은 드러날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논의하는 주요 쟁점 사안이 있다면?
60년 동안 단절된 우리 문학의 온전성을 풀어 나가야 한다. 이번 대회를 첫 발자국으로 보기 때문에 어떻게 풀어 나갈 것인가가 주요 쟁점 사안이다. 우리 문학의 온전성을 어떻게 확보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내릴 것이다. 예를 들어 남에서는 북쪽 문학이 없으니까 문학사 한 페이지가 비어있다고 생각하고, 북쪽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것을 어떻게 비어있지 않은 것으로 인식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될 것 같다.

남북 민족작가대회의 의의는 무엇인가? 문학사적으로 보면 일단 60년만 이뤄지는 대(大)사건이 되는 것이고, 민족사적 의의라면 남북교류 역사 안에서 처음으로 ‘내면의 교류’가 시작된 된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교류하고는 우선 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그동안의 교류는 6.15 공동선언에서부터 시작해 그 안에 있었던 노동자 대회, 체육교류, 그리고 최근 6.15 공동선언 5주년 행사까지, 실무적인 선에서 모든 것이 통제가 됐다. 실무회담을 보면 아주 쉽게 이해가 되는데 실무회담에서 무엇을 교류할 것인지에 대한 시나리오가 나오면 그 만큼만 행사가 진행된다.

다시 말해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것만을 교류하기 때문에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말이다. 굉장히 이성적이고 정치적인 교류다. 물론 작가대회도 실무회담을 통해 시나리오를 만들지만 작가대회는 이성 그 이상의 것의 교류다. 이것은 문학이라는 예술이 가진 특수성 때문인데, 이번 대회 안에는 이성 말고 많은 것이 들어 있다.

문학 안에는 이성 말고도 무의식이 있고, 내면이 있고, 꿈이 있다. 그것으로 사고를 하고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해석하고, 그것으로 발언하는 작가들이 서로 만나기 때문에 이번 대회가 끝나고 나면 상당한 결과가 들어날 것이다.

그동안의 교류를 통해서 남측사회에 전달됐던 북 사회에 대한 실감하고 다른 질의 실감이 전달될 것이다. 이성 속에 들어있는 것 말고 무의식이며, 내면이며 이런 곳에 들어있는 것들이 이때 터져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이번 대회를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인가?
일단 그게 지금 질문이 이번 대회를 통해서 전개될 내용이기 때문에 밝히지 말자고 한 건데, 그 얘기의 화두를 말하자면 이렇다. 내가 전에 썼던 글 중에 문인 조직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세계사적 변화 속에서 작가회의를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담은 글이었다. 그 글의 제목이 “가지를 떠나면 이파리들은 흩어져 버린다”였는데, 북에서 들고 온 화두가 바로 그것이었다.

북쪽에서 나의 글을 읽고 그 관점이 중요한 관점이라고 하면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파리들을 그냥 모았다가 흩어져 버리는 행사를 할 것이 아니라 가지를 만드는 행사를 해보자는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가지를 만들게 되면 이파리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흩어지지 않을 것이란 것이다.
그리고 그 가지를 어떤 식으로 펼치고, 가지 내용을 어떻게 삼을 것인가 하는 것은, 쉽게 말해서 이번 대회의 결과로 나타날 것이며, 7월 하순부터 얘기되기 시작할 것이다. 한가지 더 말해두자면, 이번 ‘6.15 공동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는 제1회 행사라는 점이다. 이게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가져갈 행사라는 것이다.

남측 작가 대표단은 어떻게 구성됐나?
북측에게 북측은 조선작가동맹이라는 단일 조직으로 돼 있지만 남측은 여러 문인 조직이 있다. 여러 문인 조직이 남측사회를 반영하는 것이고, 남측사회의 현실이다. 그래서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도록 남측단체 명칭도 민족문학작가회가 아니라 ‘민족작가대회 준비위원회 남측위’다. 우리가 이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북에서도 그럼 자기네들도 그렇게 하겠다며 ‘민족작가대회 준비위원회 북측위’를 공식명칭으로 바꾸었다.

민족작가대회 준비위원회 남측위는 의장단 6명을 두었다. 지난 1989년 남북작가회담을 추진했던 대표들 중에서 고은, 신경림, 백낙청 세 명과 민족작가회의 이사장 염무웅,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신세훈, 민예총 회장 황석영 이렇게 여섯 명 구성됐으며, 대회장에는 고은 시인을 위촉했다.

의장단 밑에는 집행원회가 있는데, 실제 이 대회를 준비하고, 조직하고 하는 실무책임단이다. 집행위원장은 내가 맡았고, 대변인단으로 시인 강태형, 이문재, 곽효환, 소설가 김훈이 있다. 그리고 집행위원회에 상황실이 있고, 상황실장이 정도상, 의전위원(행사위원)이 방현석, 교육위원이 김재용이다. 그 밖에 주요 참가자로 남정현 소설가를 비롯해서 김원일, 공지영, 신경숙, 은희경, 성석제 등이 참여한다. 총 참가자는 98명이다.

북측에서는 누가 참가하나?
북측 의장단으로는 일단 가장 중요한 사람은 조선작가동맹위원장 소설가 김병훈 선생과 부위원장인 장혜명 시인이 있다. 주요 참가자로는 오영재 시인, 홍석중 소설가, 박세옥 시인, 남대현 소설가, 리호근 시인, 황원철 소설가 등이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단절이 가져다주는 것이 굉장히 크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는데, 작은 예를 들자면 작년 8월 23일 기준으로 준비했던 선물이다. 우리가 북에 줄려고 생각한 선물 중에 하나가 가정상비약인데, 이번에 이 약들을 점검해 보니깐 소화제가 유통기한을 넘었다. 알아본 결과 소화제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1년 정도는 아무 이상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북에게 이러한 ‘이상없음’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 빼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냐면 북은 명분사회이고 자존심이 굉장히 높은 사회라는 것이다. 만약 이 약을 북에 전달하게 되면 우리와의 관계는 모두 끝나게 된다. 쓰레기를 보냈다는 느낌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인원수 조절에서도 서로 다른 입장이었는데, 우리는 좀더 했으면 했고 북에서는 북이 처한 상황을 들어 축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북은 전 인민의 삶의 형평성 문제와 국가 안위라는 측면에서 축제 행사를 마냥 확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다.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나뉘어져 있었던 남북 문학의 이질성의 극복방안은 무엇인가?
다양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문학들이 변해가는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남북의 통일, 통합, 혹은 연대, 최하 적대적 관계의 청산 등의 변화를 통해 변해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바라본다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바로 ‘독일’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당시 서독문학이 동독의 사회주의적 문학을 철저하게 짓밟으면서 독일문학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를 무산시켜 버린다. 이로써 독일의 문학적 통일은 실패하게 되는데, 이러한 독일의 과정은 우리에게 중요한 교과서가 된다.

우리도 전쟁, 4.19, 5.18 등과 같은 아픔의 과정을 지나면서 문학이 성장해 왔다. 하지만 남북이 다시 만나서 새출발하는 것만큼 큰 계기는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남과 북의 문학이 어떻게 서로에게 건강한 것을 주고 받는가가 중요하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선생님이 남학생 40명을 두고 수업을 하는데 이 40명을 향한 선생님의 언어는 보편적이라고 하지만 여성적 관점을 빠뜨리고 얘기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여학생 10명이 합반을 한다 했을 때 선생님은 기존의 언어를 가지고 얘기를 하지 못한다. 보다 보편적인 언어, 더 보편적인 사례, 더 보편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이끌어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된다.

나는 이런 유형의 성장이라고 본다. 남측 작가도, 북측 작가도 독자가 한쪽 독자를 가지고 있을 때와 남북 독자를 함께 가지고 있을 때의 언어가 달라지게 된다. 키가 한차례 커지지 않으면 발언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다 보편적인 가치를 발견하고, 보다 보편적인 발언을 해야 하는 것이다.

통일사적인 관점에서 이번 대회를 본다면?
최근 많이 나오는 말이지만 ‘통일은 갈라지기 전의 과거의 어떤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고 미래의 고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통일은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라 문화적 과정이다. 때문에 그 과정을 서로 인내하고 잘 만들어 가는 길밖에 방법이 없다.

이번 대회는 단순히 남과 북의 작가 100명들이 만나는 차원이 아니다. 60년 동안 다르게 살아온 삶의 내용을 담고 있는 창고, 바로 문학이 만나는 것이다. 한 광장에 이 두 창고가 널부러지는 것. 이 가운데 북의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남의 작가들의 눈에 띄일 것이며, 남측에서 얼마나 많은 북에 대한 느낌이 이 작가들을 통해서 퍼져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보라. 남측 통일 운동 정세에 변화가 올 것이다.


[컬쳐뉴스] 기사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