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책 소개>

김진환 시집 『새벽의 내력』.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밥벌이 20년의 지난 세월을 되돌아보는 시인 자신의 추억과 아픔, 그리고 그 속의 진정성이 시로 태어났다.

<목차>

제1부

나의 새 13
식구 14
어머니의 먼 집 15
그 슬픔 16
노을 18
결별 19
그날 20
강을 건너듯 길을 건널 때 21
코스모스 연가 22
삶 23
밤비 소리 24
아득한 나날 25
벽 허물기 26
유리(羑里)에 내리는 눈 28
십일월 29
백지의 꿈 30
늦은 편지 한 통 32
그리운 학교 35

제2부

진달래 39
두려운 날 40
우리들 앞날의 풍랑 41
슬픔의 피부 44
생의 기쁨 45
희망 46
고개 숙인 아이들 47
거리에서 48
별 50
해바라기를 바라보는 두 개의 視線 51
비의 현상학적 관점에 대한 비판적 고찰 52
돌아가지 말자 54
생명 55
언어의 선물 56
야등 불빛 57
억새 58
편지 59
잡풀 60
네가 절망이라 말할 때 61

제3부

징후 65
오래 묵은 상처가 터질 때 66
아버지의 이름으로 67
강 68
칼에 대한 명상 69
밤거울 70
오래된 노트 71
인간에 대한 집념 72
우기 73
언제까지나 74
붉은 몸 75
희망을 심는다 76
죽은 말(言)들의 집 77
가을 소풍 78
세상의 한 나무 79
제 아픔이 잊혀져 80
그늘의 핵심 81
환멸에 대하여 82
내 마음의 새 83

제4부

깨끗한 약 87
다다를 수 없는 나라 88
저문 강물 89
천착 90
웃는 돌 91
하산 92
근황 93
새벽의 내력 94
여름의 끝 96
가을 산 97
未明에서 98
만남을 위하여 101
마흔 102
강강수월래 103
부석사 가는 길 104
강은 더 멀리 흐른다 106
惠存 108
이곳의 일몰 110
시간 앞에서 111

<추천의 글>

안도현 (시인, 우석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시를 읽기도 전에 사람이 먼저 어른거린다. 1970년대 후반 대구의 문학소년들 중 나를 비롯한 악동 몇몇은 김진환 형을'교주'라 불렀다. 우리는 그의 시와 그가 품고 있는 인간의 냄새를 하염없이 추종하였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나는 형이 시를 손에서 내려놓은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초월과 타락' 사이에서 시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의 시는 그 둘 사이에서 여전히 아슬아슬하게 세상을 껴안으려는 열정으로 가득하다. 세상과의 사랑에 빠진 자는 늘 가슴이 뜨겁기 때문에 아픈 법. 처처에 번뜩이는 이 아픔의 서사는 최근 우리 시에서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것이라 더욱 반갑다. 첫 과일이 이렇듯 무르익어 있다니!

이원규 (시인, 순천대 강사)
지천명의 나이가 되도록 김진환의 '그리운 새'는 유년기에서 부터 시작된 불우한 가족사처럼 운명의 "내 손금 허공 속의 길로 날아간' 새였으며, "기어이 돌아와/ 내 몸 아픈 가지에 앉아 우는/ 피 흘리는 새"였다. 도대체 누가 있어 "제 살 제 부리로 쪼는 눈부신 새"를 이토록 오래 품고도 견딜 수 있단 말인가. 실로 내공이 만만치 않다면 그의 새는, 그의 시는 이미 오래 전에 목이 졸렸거나 스스로 시퍼런 칼로 목을 치고 말았을 것이다. 아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새들의 목을 조르고 또 잘랐을지 핏빛 선연한 고통이 엄습해온다. 요즘의 문단에서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풍광이다. 거짓 광기의 포즈나 유희에 가까운 그로데스크들의 난무 속에서 처연히 빛나는 진정성의 울림과 도저한 깊이가 아닐 수 없다.

<저자 소개>

1959년 대구에서 태어나 계명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8년 4인 시집 『그대 살아 빛나는 정신이여』, 『가 닿아야 할 확신의 바다를 향하여』를 펴냈다. 2010년 계간 『사람의 문학』 신인문학상에 「식구」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현재 문경여자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시인의 말>

밥벌이 20년, 삶을 돌아보고 싶었다. 살아낸 그 시간들에게 그 삶을 산 주인으로 따뜻한 격려와 위안을 주고 싶었다. 그래야 될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편하게 느껴졌다. 피는 이제 식은 것이다. 낡은 노트를 뒤적여 유적을 대하듯 오래된 옛 시들을 만났다. 반갑고 서러웠다. 겨우 존재했던 것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새삼 그 시간들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이대로 두면 도리가 아닐 것 같았다. 한 때는 내 삶의 집중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더 이상 정처 없지 않도록 허름한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오래된 옛 시들의 집을, 그리하여 삶이 힘겹고 벅찰 때 옛 시의 집에 가 이제는 내가 위로 받을 수 있도록. 오래된 것들은 둥근 슬픔의 힘으로 얼마나 나를 다독여주는가.
젊은 날 나는 문 이쪽의 순결로 남으려 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부패의 어떤 입구에 서 있다. 한 때는 그 문 주변을 서성였다. 그 문으로 속도처럼 빨려들어가 생을 탕진하고 싶었다. 치욕이 부러웠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 문을 들어서지 못했다. 나의 순결은 치명적이었다. 그때 타락이 구원처럼 찾아왔다.
나는 이제 치욕이 부럽지 않다. 타락은 더 이상 나를 문문히 보지 못한다.
오래된 옛 시들이 그 문을 넘어설 때 월경하는 언어의 국경은 얼마나 낯선 곳일까? 그 곳에서도 여전히 윤곽은 지워지고 있을까? 정처 없음의 노래는 아주 낮게 풀들을 섬기며 슬픔의 푸른 풀씨들을 방생할까? 나이 들어 입구에 서 있는 것이 두렵고 힘겹다. 시집이 나오기까지 애써준 안도현, 김용락, 이원규 세 詩兄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