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태의 장편소설 [여기부터 천국입니다]
(문이당, 2005년 9월 28일)
1994년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임영태의 장편소설. '인간 복제'라는 미래의 화두를 배경에 두고 절대 가치, 절대 존재성의 문제를 따져 보는 이야기이다. 어느 날 자신이 복제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한 사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과정, 그 안의 실존적 고뇌를 다룬다.
소프트웨어 회사의 프로그래머인 남기웅은 고급 오피스텔에 살며 안정된 삶을 영위하는 30대의 미혼 남성. 어느 날 한 사내를 통해 자기가 복제 인간임을 알게 되고, 자신을 복제한 연구소를 찾아가 원체를 직접 확인한다. 극도의 혼란을 보이는 남기웅에게 연구소의 강 박사는 '원체의 죽음'과 '클론의 죽음' 중 하나를 고르라는 선택의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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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태
경기도 전곡 출생.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추운 나라의 사람들'이 당선. 1994년 장편 [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오늘의 작가상' 수상. 작품집으로 [문 밖의 신화], [비디오를 보는 남자],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달빛이 있었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할 수 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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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남기웅의 하루는 여느 날과 전혀 다름없이 시작되었다. 그는 수도권 신도시에 있는 자기 오피스텔 침대에 누워 아침 7시에 맞추어 놓은 자명종 소리에 부스스 눈을 떴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눈은 뜨지 않은 채 손만 뻗어 자명종의 일시 정지 버튼을 누렀고, 일시 정지가 풀리기 전까지 달콤하고도 아슬아슬한 마지막 수면을 즐기다가 자명종이 다시 울리기 몇 초 전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30초 후에는 자명종이 재작동되면서 그의 얼굴 위로 찬물이 한 바가지 쏟아질 것이다. 그 찬물을 견디면 10분을 더 잘 수 있다. 10분 후에는 자명종에 연결된 플라스틱 방망이가 침대 위의 인간을 향해 온갖 욕설을 내뱉으며 온몸을 난타하도록 돼 있다.
::작가의 말
내가 아는 내가 가짜일 수 있다. 그러면 나의 인생도, 내가 속한 이 세상도 모두 가짜다. 그런데 이처럼 모든 게 허상이라는 것을 정작 나 자신만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내가 아는 세상은 나에게는 진짜이다. 왜냐하면, 나는 이게 가짜라는 걸 모르니까. - 임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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