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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여는 말
꽃은 꽃대로 바람을 이겨내며 피느라 애를 썼고,
사람은 사람대로 동남방에서 날아오는 미량 방사능과 무용한 대치를 하느라 고단했던 봄입니다.
날마다 뉴스에 누군가 처참하게 살해당한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누군가 나라 말아먹느라고 잠을 설치며 사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상식적인 선에서 더불어 살아보자고 분투하는 이들도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습니다.
<여성· 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16일 이사회에서 <여성과 인권위원회>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한 칸 띄워 쓴 공간 vs '과'.
맞비교할 의미는 아닙니다만 나누어 생각해야 할 이유는 있었던 모양입니다.
곰곰 생각해 보아야 이름값 할 움직임을 알아낼 수 있겠습니다.
바뀐 명칭과 관계없이 <여성과 인권위원회> 위원들은
남은 열 달 동안 시종 재를 덮어쓴 자들일 것입니다.
은을 닦든 놋쇠를 닦든 보이지 않는 성심으로 고운 재를 삼을 따름입니다.
<은수저>에 보내는 작품이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마음을 다하여 작품을 퇴고하셨다는
작가들께 감사드립니다.
작가회의 홈페이지에서 <은수저> 카테고리를 찾다보면
'이거 참 미약한 시작이로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들어가 보면 '미약한' 여성 작가들 얼굴이 예쁘게 담겨 있고,
그들이 짜낸 몰약 같은 시와 소설들이 '미약하게' 담겨 있습니다.
몇 번 드나들며 안쓰러워하다보니 '미약'이라는 단어가 착한 사촌 여동생 이름쯤으로 익숙해졌습니다.
미약한 자매들이여, 끝내 창대하시라.
한 달이 꽃 피는 어간만큼 짧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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