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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지나가면서 빛나기 시작한다
김 오
매년 이맘때쯤이면 우리들이 묻고, 깊이 묻어두고 떠나온 서울의 슬픔이 빛나기 시작합니다.
털털대는 봉고를 타고 윈저 농장에서 돌아오다 뒤돌아보면 네피안 강 건너 블루마운틴 숲이 타고 있습니다 오랜 세월 나무들 물관 아래 잠자던 햇볕의 기억이 검추리* 솜털 사이로 고개를 들어내 타는 것들의 노래를 바라봅니다 나무들은 타지 않는데 숲은 빛이 나고, 강둑 너머 무밭에 계절 잃은 겨울 무들이 뿌리가 뽑혀 쓰러집니다 쓰러진 무 속에는 오래 전 솥에서 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면 콩나물 데쳐지던 풋비린내가 보입니다
빛나는 것들은
몸을 태우고 있는 것
나무들 대신
슬픔이 타고 있나봅니다
블루마운틴 숲을 빛내며
어머니의 숲에서
가만히 물을 끓어 따듯한 내음이
비릿하게 캠시 스트라
이스트우드*로 흘러올 때까지
*캠시, 스타라스필드, 이스트우드: 호주 시드니 한인 밀집지역.
*검추리: Gumtree. 호주에 가장 많은 나무로서 600여종이 있음.
김 오 1956년 경기도 동두천에서 출생하여 1987년 호주로 이주하여 현재까지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으며, 1993년 호주동아일보 신년문예, 1999년 [자유문학] 겨울호 신인상에 각각 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현재 호주한인문인협회, (사)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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